편리한 금융은 은행이 고객 생활에 맞춰 움직이는 데서 시작된다. 신한은행이 창립 초기부터 강조해온 ‘가장 편리한 은행’의 원칙도 단순히 창구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의미에 그치지 않았다. 고객이 있는 곳으로 먼저 다가가고, 금융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채널과 상품을 끊임없이 바꿔가겠다는 고객 중심 철학이었다.
◇동전카트 정신, 땡겨요로 진화
신한은행의 이런 철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1991년 ‘동전카트’다. 당시 신한은행 직원들은 동전과 소액권을 실은 카트를 끌고 전통시장 골목을 찾았다. 장사로 자리를 비우기 어려운 상인들을 위해 은행원이 직접 현장에서 동전을 교환해준 것이다. 고객을 지점 안으로 부르는 기존 은행 영업 방식과 달리, 은행이 고객의 일터로 찾아간 서비스였다.
이후 신한은행의 채널 전략도 같은 방향으로 진화했다. 인터넷뱅킹과 모바일뱅킹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며 고객이 지점을 방문하지 않아도 금융거래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넓혀왔다. 금융의 접점을 창구에서 온라인과 모바일, 플랫폼으로 확장한 것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상생 플랫폼 ‘땡겨요’가 그 유산을 잇고 있다. 땡겨요는 금융과 배달 플랫폼을 결합해 소상공인의 영업 현장 안으로 금융의 역할을 넓힌 모델이다. 낮은 수수료와 광고비 부담 완화, 신속한 정산, 운영자금 지원 등을 통해 단순 배달 중개를 넘어 소상공인과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으로 운영되고 있다.
◇포용금융으로 낮춘 금융 문턱
포용금융도 신한은행이 공을 들이는 영역이다. 중저신용자의 금융비용을 낮추는 중금리대출과 서민금융 지원을 강화하고, 금융거래 이력이 충분하지 않은 고객도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대안 신용평가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 기존 금융권 문턱을 낮춰 더 많은 고객이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신한은행은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인프라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금융 특화 인공지능(AI)·디지털 교육센터인 ‘신한 학이재’는 은행 유휴공간을 활용해 시니어와 장애인, 어린이·청소년에게 맞춤형 디지털·금융 교육을 제공한다. ‘보이스피싱 제로’ 사업을 통해서는 피해자의 생활 안정과 재기를 위한 법률·재무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기업금융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재생에너지, 첨단산업, 혁신기업 등 미래 성장 부문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담보와 과거 재무정보 중심의 심사에서 벗어나 기업의 기술력과 사업성, 미래 가치를 함께 평가해 자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에는 보증기관과 협력해 회복과 재도약을 지원하고 있다.
◇AI 브랜치·슈퍼쏠로 넓힌 접점
해외 시장에서는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베트남과 일본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서는 현지 고객의 생활 방식과 산업 구조에 맞춘 리테일·기업금융·디지털 서비스를 확대했다. 단순히 국내 금융 모델을 수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고객과 기업이 필요로 하는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평이다.
오프라인 창구의 디지털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AI 기반 차세대 영업점 모델인 ‘AI 브랜치’를 도입해 대면 서비스의 신뢰와 디지털 서비스의 편리함을 결합했다. 화상상담 기반 디지털라운지와 디지털데스크, 외국어 화상상담, 외국인 전용 모바일 플랫폼 등을 통해 고객의 연령과 언어, 거주지역에 따른 금융 접근성 차이도 줄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그룹 통합 플랫폼 ‘신한 슈퍼SOL’로도 이어진다. 은행과 카드, 증권, 보험 등 신한금융의 주요 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연결해 고객이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금융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플랫폼이다. 금융의 접점을 고객의 일상과 생애주기 전반으로 넓히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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