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입술과 잘록한 허리. 사내들의 눈은 흐리멍덩해지고, 턱은 좀처럼 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풀린 눈의 초점은 훤히 드러난 배꼽과, 그녀 머리 위에 올려진 노란 바나나 사이를 시계추처럼 오갔다. 넓은 공연장에는 ‘꿀떡’ 침 넘어가는 소리만 가득했다. 주인공은 ‘남미의 폭탄’이라고 불리던 1940년대 최고의 섹스 심볼, ‘카르멘 미란다’였다. 미국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 복판에는 언제나 그녀가 있었다.
그녀의 성취가 기꺼운 기업은 미국 기업 유나이티드푸르트컴퍼니(UFC)였다. ‘바나나는 섹시하다’는 슬로건이 미국인들의 머릿속에 깊이 박혀서, 바나나가 대량 소비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만큼 UFC는 돈을 쓸어 담았다.
바나나 소비는 달콤했으나, 생산은 쓰고 비렸다. 바나나 농장의 흙바닥은 수천 노동자의 피로 질척였다. 바나나라는 한 척도 안 되는 과일에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의 경제사가 진득하게 녹아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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