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만점인데 2금융권 가라고요?”…대출 실수요자들, 더 혹독한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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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이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금리 인하 기조에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증가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로 대출받기 어려워졌다.

비대면 채널 폐쇄와 신용점수 제한 등으로 대출 문턱이 높아져 고신용자들도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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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가계대출 조이기 여전
금리인하에도 대출금리는 올라
은행 “내년에도 대출확대 어려워”
고신용자마저 2금융권 문 두드려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업무 창구 [한주형 기자]

서울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업무 창구 [한주형 기자]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가산금리를 조정하면서 금리인하 기조에도 차주들의 이자 부담은 지난 몇개월간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월까지 2개월 연속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이달들어 대출금리는 소폭 낮아졌으나 여전한 은행들의 가계대출 관리기조로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면서 금융소비자들의 불편과 부담은 줄지 않았다는 평가다.

10일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1월 말 공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0월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은 4.25~4.46%였다. 그 전달인 9월까지만 해도 금리 평균이 3%대인 은행도 두 곳(신한·우리은행)이나 있었으나, 이제 모두 4%대에 진입한 것이다. 가계대출이 폭증하기 시작한 7월에 5대 시중은행이 신규로 내어준 주택담보대출 금리 평균이 3.31~3.7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석달만에 최대 1%포인트까지 금리가 상승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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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의 경우 7월 평균 신규 주담대 금리가 3.31%였는데, 10월 4.25%까지 올라가 가장 금리가 많이 올랐다. 만약 2억원을 주택을 담보로 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방식으로 7월과 10월에 빌린 사람이 있다고 가정할 때 3달만에 월 상환 이자 차이는 10만원이 넘게 난다. 연간으로 따지면 120만원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5년 주기형 상품은 금융채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최종 금리가 산출된다. 금융채 금리는 7월과 10월을 비교해보면 많이 떨어졌다. 지난 7월 1일 금융채 5년물 금리는 3.4733%였고, 10월 31일에는 3.3105%였다. 금융채 금리만 보면 3개월만에 0.1%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0월에 한차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출 수요를 차단해야 하는 ‘미션’을 부여받은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높게 설정하면서 소비자들은 대출 중 가장 비중이 큰 주택담보대출에서 이자혜택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대출 조이기 기조는 연말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각 은행별로 연초 제시했던 가계대출 관리 목표치를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한은이 지난 10월에 이어 11월에도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장금리는 일단 떨어져 있고, 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등 각종 대출 상품 금리도 일단 11월 대비 낮아져있는 상황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11월까지 5년 주기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 하단이 4%대였지만, 12월 들어서는 3%대 후반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창구인 비대면 채널의 문을 아예 연말까지 잠가버린 경우가 많고, 대출을 내어줄 때 신용점수도 900점을 넘어 950점 이상으로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오며 문턱 자체는 높여둔 상태다. 내년에도 은행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가계대출을 운용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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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금융권인 은행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신용자들도 제2금융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형국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다수 저축은행 대출 상품에서 고신용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졌다. 자산 기준 국내 1위 저축은행인 SBI저축은행의 SBI퍼스트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이 대출 신규 취급액에서 신용점수 900점을 초과하는 차주에게 나간 액수는 45.22%에 해당했다.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되기 직전인 8월에는 38.49%였는데 세 달 만에 7%포인트가량 높아진 것이다.

고신용자 비율이 2배 이상 높아진 대출도 많다. IBK저축은행이 판매 중인 i-빅론U플러스는 같은 기간 고신용자 비중이 8.93%에서 20.62%로 뛰었다.

저축은행 대출에서 고신용자 비율이 높아지는 건 1금융권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어서다. 시중은행에서 자기 필요만큼 대출받지 못한 차주가 저축은행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는 것이다.

저축은행 또한 연체율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고신용자를 더 반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저축은행 79곳의 3분기 말 기준 단기연체 금액은 7407억원으로 지난해 말에 비해 20% 늘었다. 연체 급증에 따라 저축은행은 연체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고신용자에게 더 많은 대출을 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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