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알약·주사제 등으로 구현해 상용화
좋은 신약 후보물질이 곧바로 좋은 약이 되는 것은 아니다. 몸속에 어떻게 전달하고 효과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며 환자가 얼마나 편리하게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느냐에 따라 약의 가치는 달라진다. 아무리 뛰어난 후보물질이라도 적절한 제형으로 구현하지 못하면 상용화에 이르기 어렵다.
강원 홍천에 본사를 둔 한국에프엠씨는 의약품 제형 연구 전문 기업이다. 제형이란 약물을 환자가 실제로 복용·투여할 수 있는 알약이나 주사제 등의 형태로 만드는 것을 뜻한다. 같은 약물이라도 어떤 제형으로 만드느냐에 따라 약효와 안전성, 복용 편의성이 달라진다.
한국에프엠씨가 주목한 지점은 국내 신약 개발 생태계의 빈틈이었다. 신약 스타트업과 중소 제약사 가운데 상당수는 우수한 후보물질을 확보하고도 이를 실제 의약품으로 완성하는 제형 연구 단계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연구에는 힘을 쏟지만, 이후 약물을 안정적이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설계 역량까지 자체적으로 갖추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에프엠씨는 이 공백을 메우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장동진 한국에프엠씨 대표는 “자체 제형 연구 역량을 갖추기 어려운 신약 스타트업과 중소 제약사일수록 단순히 분석 결과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다음 무엇을 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고민해 줄 파트너가 필요하다”며 “기존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 신약 개발사의 입장에서 개발 과정 끝까지 함께하는 제형 연구 파트너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전 과정 함께하는 ‘장기 파트너’
한국에프엠씨는 신약과 개량신약의 제형 개발 전 과정을 지원한다. 후보물질의 성질을 분석해 어떤 형태의 약으로 만들지 검토하고 알약이나 주사제 등 실제 투여 가능한 형태로 설계한 뒤 약효와 안정성, 품질을 높이는 최적화 작업까지 맡는다. 개발 과정에서 필요한 분석법을 만들고 검증하는 업무도 함께 수행한다. 단순히 시험 결과를 넘겨주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보완하고 어떤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는지까지 함께 설계하는 방식이다. 장 대표는 “신약 개발사가 우수한 후보물질을 실제 의약품으로 완성할 수 있도록 최적의 제제 설계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중요한 경영 가치는 파트너십이다. 한국에프엠씨는 의뢰받은 분석·연구 결과만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약품 제형 개발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고민하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추가 요청에 대응하며 고객사와의 관계를 이어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협업 방식은 재의뢰로 이어지고 있다. 한 번 협업한 제약사가 다음 과제를 다시 맡기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두 차례 이상 의뢰한 제약사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회성 용역 업체가 아니라 신약 개발사의 장기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 한국에프엠씨의 제제 연구를 거쳐 가시적인 성과를 낸 신약 개발사들도 적지않다. 이뮤노포지, 티씨노사이언스와의 제제 연구 협업은 해당 기업들이 미국 임상시험 승인(IND)과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는 성과로 이어졌다. 환인제약, 현대바이오사이언스 등 국내 제약회사와도 제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단순한 연구 용역을 넘어 실제 규제 관문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제형 개발 역량을 입증한 사례다.
종합 제형·분석 솔루션 기업 성장 목표
이 같은 파트너십의 밑바탕에는 믿고 맡길 수 있는 기술 역량이 깔려 있다. 한국에프엠씨는 장기지속형 주사제 원천기술을 비롯해 서방정, 약물전달, 복합제, QbD 기반 개발 역량 등을 확보하고 있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원천기술은 매일 또는 자주 투여해야 하는 약물을 한 번 주사로 수주에서 수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기술이다. 투여 횟수를 줄여 환자의 불편을 낮추고, 약을 거르는 일을 줄여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높일 수 있다. 록소프로펜 서방정 기술은 소염진통제인 록소프로펜이 체내에서 천천히 방출되도록 설계하는 기술이다. 하루 여러 번 복용해야 하는 약의 복용 횟수를 줄이면서도 약효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겔(Gel)을 이용한 약물전달기술은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겔을 혼합해 활용 범위를 넓힌 차세대 제형 기술이다. 항혈전제와 산억제제를 하나의 약에 담는 복합제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항혈전제를 장기 복용할 때 생길 수 있는 위장 부담을 줄이고, 여러 약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낮춰 복약 편의와 안전성을 높이는 방식이다. QbD는 의약품을 만들 때 경험에 의존하지 않고 과학적·통계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개발 초기부터 품질을 설계하는 방식이다. 규제기관이 권장하는 선진 품질관리 방법론으로 개발 효율과 품질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탄탄한 기술력과 높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국에프엠씨의 매출은 2023년 3400만원에서 2024년 3억8000만원, 2025년 6억8300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2024년 매출은 전년보다 10배 이상 늘었고, 2025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향후 성장세도 주목된다. 한국에프엠씨의 중장기 목표는 제형 연구 서비스 기업을 넘어 종합 제형·분석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우선 TIPS 투자 유치를 기반으로 강원대학교 캠퍼스 혁신파크에 입주해 연구·사업 공간을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현재의 의약품 제형 연구 서비스를 넘어 자체 개발한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사업을 본격화하고 분석 전문 파트를 신설해 종합적인 제형·분석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할 계획이다.
강원대 앵커사업 통해 천연물 연구·실용화
신사업은 장기지속형 주사제와 분석 전문 파트 신설 등 두 축으로 추진된다. 장기지속형 주사제 사업은 매일 또는 자주 투여하던 약물을 한 번 주사로 수주에서 수개월간 효과가 지속되도록 만드는 기술을 기반으로 한다. 환자 편의와 치료 효과를 동시에 높일 수 있어 시장 성장성이 큰 분야로 꼽힌다. 분석 전문 파트 신설을 통해서는 기존 제형 개발 서비스에 의약품 분석 역량을 더한다. 개발부터 분석·평가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체계를 갖춰 신약 개발사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개발 효율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연구 역량도 계속 키울 계획이다. 이미 강원대 앵커사업을 통해 연구비를 지원받아 스마트팜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약용작물 대량생산과 원료의약품 국산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강원대 약학대학 연구진과 함께 생산된 약용작물의 성분을 분석하고 실용화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아울러 천연물 제형 기술을 다른 기업에 이전하고 천연물 미량 분석과 대학병원 생체시료 분석 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는 “제형 개발과 분석 역량을 꾸준히 높여 국내 제약산업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
이득찬 강원대 앵커사업단장은 “우수한 신약 후보물질을 실제 의약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췄고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큰 기업”이라고 평가하면서 “신약 개발사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환자에게 더 편리하고 안전한 치료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사업단도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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