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환 전 LG 트윈스 감독이 지난 3월 22일 잠실 LG-롯데전을 앞두고 시구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
"시구할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지병이 있으셨다."
1990년대 중반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를 이끌었던 이광환 전 감독이 영원한 별이 됐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사단법인 일구회 등에 따르면 이광환 전 감독은 2일 오후 3시 13분, 향년 77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광환 전 감독은 중앙고-고려대-한일은행을 거쳐 선수생활을 이어갔다. 1977년 모교 중앙고 사령탑을 맡아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KBO 리그 원년인 1982년 OB 베어스 코치를 맡아 프로 지도자 생활을 출발했다. 1989년 OB 감독을 시작으로 LG 트윈스, 한화 이글스, 우리 히어로즈까지 4개 구단에서 감독을 역임했다. 1994년 LG 트윈스의 통합 우승 감독이었으며 KBO 리그 통산 608승을 거두었다.
특히 이 감독은 1986년부터 1987년까지 2년간 일본 세이부 라이온즈와 미국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로 야구 유학을 다녀왔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자율야구'를 한국에 도입했다. 그 결실은 LG 트윈스 시절 맺어져 1993년부터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1994년 통합우승으로 이어졌다. 특히 1994년에는 류지현, 김재현, 서용빈 등 신인 3인방을 앞세워 '신바람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다.
감독으로 KBO 리그 현장을 떠난 이후에는 KBO 육성위원장(2006~2007, 2013~2019년)으로 야구 저변 확대와 유소년 야구 육성에 노력했으며, KBO 베이스볼 아카데미(2010~2015) 원장을 맡아 야구 전문 지도자 양성에도 기여했다.
프로야구 지도자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도, 한국 야구 저변 확대와 질적 향상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1995년에는 제주도 서귀포에 사재를 털어 야구박물관을 건립했고, 소장하고 있던 야구 관련 소장품 3,000점을 모두 기증했다.
이 전 감독은 지난 3월 2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경기에서 제자인 노찬엽과 함께 시구자로 나섰다. 당시만 해도 거동이 불편해보이지 않았으나, 결국 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이 전 감독 이후 LG의 첫 우승 감독(2023년)인 염경엽 LG 감독은 2일 경기 전 "시구할 때만 해도 정정하셨는데, 지병이 있으셨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생전 고인과 접점은 많지 않았던 염 감독은 "프런트를 할 때 (이 전 감독이) 서울대 감독이던 시절 도와달라고 하셔서 도와드린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경기가 열리는 부산 사직야구장에는 애국가 제창 끝나고 전광판에 추모 이미지가 표출된 후, 묵념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광환 전 LG 트윈스 감독(왼쪽)이 지난 3월 22일 잠실 LG-롯데전을 앞두고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LG 트윈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