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악마는 프라다를…’ 실제 모델, 보그 편집장 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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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단순한 옷이 아니다. 순간을 말하는 언어다.”

이 말을 현실로 증명한 사람이 있습니다. 37년간 미국판 ‘보그’ 편집장을 맡아온 애나 윈터(76·사진)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깊은 관심을 보였던 윈터는 영국 런던 상류층 자제들만 다닌다는 퀸스 칼리지에 입학했습니다. 이후 15세에 학교를 그만두고 현장으로 뛰어듭니다. 영국의 대표 백화점 해러즈에서 인턴으로 일하며 실무 경험을 쌓았고, 여러 잡지사에서 경력을 이어가며 패션과 출판 세계를 익혀 갔습니다. 이때 훗날 패션계와 출판계를 주도할 인물과의 인연도 시작됐습니다.

1988년 윈터는 미국판 보그 최연소 편집장에 취임했습니다. 첫 호부터 파격적이었습니다. 1만 달러에 이르는 크리스티앙 라크루아의 오트 쿠튀르 재킷과 50달러짜리 게스 청바지를 매치한 커버 사진은 ‘고급’과 ‘일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선언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오직 모델만 등장하던 보그 표지에 대중적인 유명인을 처음으로 올린 것도 그였습니다. 윈터는 패션지가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었습니다.

그는 보그를 고급 브랜드 중심 잡지에서 거리 패션과 신진 디자이너까지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멋을 넘어 시대의 흐름과 정신을 반영하는 언어로서의 패션을 제시한 것입니다. 그 결과 강한 영향력을 키웠고, 현재 여러 나라에서 각기 다른 문화적 감수성을 담아 발행되고 있습니다. 인도 전통 의상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시도는 윈터의 다문화적 감각을 보여 줍니다.

윈터는 신진 디자이너의 든든한 후원자이기도 했습니다. 존 갈리아노, 알렉산더 매퀸, 마크 제이컵스, 베라 왕, 톰 포드 등 수많은 인물이 그의 눈에 띄어 세계 무대로 진출했습니다. 이는 패션계 세대교체를 이끌었고 뉴욕을 세계 4대 패션위크 중 하나로 끌어올리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리더십으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미란다 프리슬리의 실제 모델이 되기도 했습니다.

얼마 전 미국판 보그 편집장 자리에서는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글로벌 보그 총괄 편집 책임자이자 콘데 나스트 최고 콘텐츠 책임자로서 세계 패션계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애나 윈터의 시대는 끝난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꿈꾸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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