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펀자브주의 빈곤 가정에서 태어난 이크발 마시(1983∼1995·사진)는 네 살 무렵 아버지가 진 600루피(당시 환율로 한화 약 1만5000원)의 빚 때문에 카펫 공장으로 끌려갔습니다. 그는 하루 10시간 넘게 노예처럼 일해야 했고 발에는 때로 족쇄가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높은 이자율 때문에 고작 하루 1루피(약 24원)에 불과한 그의 벌이로는 죽을 때까지 일해도 빚을 갚을 수 없었습니다.
아홉 살이 되던 해 마시는 우연히 집회에 갔다가 자신과 같은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존재하고 자신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듬해 파키스탄 대법원은 감금 노동이 불법이란 판결을 내렸고, 이를 계기로 그는 두 번째 탈출 시도 끝에 공장에서 도망치는 데 성공합니다.이후 마시는 학교에 다니며 4년간의 교육 과정을 2년 만에 수료하면서 어린이를 위한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카펫노동자협회’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스톡홀름 국제회의에 참석해 “아이들의 손에 들려야 할 것은 연필과 펜”이라고 전 세계에 호소했습니다.
이런 활동 덕분에 1994년에는 리복국제인권재단의 ‘행동하는 청년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마시 덕분에 1만여 명의 아동이 노예 노동에서 풀려난 것으로 추산됩니다. 몇몇 카펫 공장은 문을 닫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수상 이듬해인 1995년 마시는 불과 12세의 나이에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그의 암살 배후에 카펫 산업과 관련이 있는 마피아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범인은 결국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시의 끔찍한 죽음으로 세계는 파키스탄 카펫 제작 환경의 열악함과 아동 노동의 참혹함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많은 단체가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원칙에 따라 아동 노동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습니다.마침 19일은 ‘아동학대예방의 날’입니다. 그리고 20일은 ‘세계아동인권의 날’입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보호받지 못하고 위험에 처한 아동이 많습니다. 우리 주변에도 학대받는 아동이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아동의 권리와 복지를 지키기 위해 함께 노력해야겠습니다.
이의진 도선고 교사 roserain999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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