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이야기로 배우는 쉬운 경제]美-中 무역전쟁 속 한국 기업의 생존 전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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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트럼프 2기, 보호무역 강화… 中 BYD 전기차 한국 시장 진출
韓, 보호무역으로 국내 산업 육성… 이후 자유무역 전환해 경쟁력 키워
국제 정세에 맞춰 대응책 모색해야

상품을 가득 싣고 해외를 오가는 무역선. 과거 한국은 보호무역으로 자동차 등 제조업을 육성했고 자유무역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하며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부도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상품을 가득 싣고 해외를 오가는 무역선. 과거 한국은 보호무역으로 자동차 등 제조업을 육성했고 자유무역을 통해 국제 경쟁력을 키웠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등장하며 미중 무역전쟁 등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며 정부도 새로운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식을 치렀습니다. 이달 16일에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이 두 사건은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이 교차하는 요즘 시기에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국제 정세의 변화와 함께 한국 경제 위기론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 경제의 최근 발자취를 되짚어 보려 합니다.

● 보호무역 정책과 자유시장 원칙

2012년 서울국제고등학교에서 근무하던 시절 한 미국인 원어민 교사가 수업 시간에 무역 이론 소재로 ‘왜 아이폰 1세대와 2세대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는지’를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는 이 조치가 단순히 기술적 규제나 시장 제한이 아니라 한국 정부의 유치산업 보호 일환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학생들은 이에 반박하며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애국심이 끓어오른 학생들은 정부의 무역 정책을 지지하며 국산 스마트폰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던 시절이었습니다.

당시 한국의 보호무역 정책은 삼성과 LG 같은 국내 제조사들에 글로벌 경쟁력을 키울 시간을 벌어 주었습니다. 유치(幼稚) 산업 즉, 걸음마 단계의 초기 산업 보호라는 명목 아래 이루어진 이 결정은 한국 경제의 기초를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반면 미국에서는 이를 자유 시장 원칙에 어긋난다고 보았고, 공정하지 않다고 비판했던 겁니다.

같은 시기, 한국의 자동차 산업도 보호무역의 수혜를 입었습니다. 고급 외제차는 국산 자동차와 급이 달라 국내에서 직접 경쟁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이 허용되었지만, 중저가 외제차는 철저히 배제되었습니다. 이는 현대와 기아가 중저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고 글로벌 강자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비싸더라도 국산차를 선택해 준 국민들의 애국심은 한국 자동차 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지금도 수입차는 ‘비싼 고급차’라는 인식이 남아 있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제 이것도 바뀌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 중국 비야디 전기차 한국 시장 진출

최근 비야디(BYD)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며 전기차 시장의 경쟁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야디는 중저가 모델을 앞세워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삼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비야디는 테슬라와 함께 세계 전기차 판매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전기차 176만 대(현대 기아차 그룹은 같은 기간 전기차 48만 대)를 판매한 강자입니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진출이라는 자유무역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은 다양한 제품을 저렴하게 선택할 기회를 얻게 됩니다. 국내 기업의 입장에선 이는 새로운 혁신과 전략을 요구하는 도전 과제이겠지만, 한편으론 강화된 시장 경쟁을 통해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도약의 발판이 될 것입니다.

과거 미국 트럼프 1기(2017년 1월 20일∼2021년 1월 20일)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보호무역주의를 강조하며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였고, 관세를 확대했습니다.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부품 등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창출과 무역 적자 감소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트럼프의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자국 제조업을 보호하고 정치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데 성공했습니다. 특히 러스트 벨트(Rust Belt) 지역에서는 보호 무역 정책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무역 관계를 악화시키고 불확실성을 초래했습니다.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과 자동차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며 대응했고, 유럽연합(EU)도 유사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로 인해 기존의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되어야만 했고, 미국 소비자들은 다양한 수입 상품의 가격 상승을 감수해야 했습니다. 한국 역시 2018년 한미 FTA(Free Trade Agreement·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과정에서 자동차 분야의 양보를 요구받으며 이러한 영향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의 전환

이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시작하면서, 보호무역 정책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중국과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한국과 같은 주요 무역국들은 새로운 압박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역할을 강화할 전략을 마련해야 합니다. 주요 무역 파트너들과 협력하며 자유무역의 틀 안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 정부’ 시절(2003년 2월 25일∼2008년 2월 24일) 체결(2007년 4월)된 한미 FTA는 당시 한국이 불리한 조건으로 합의했다는 우려를 낳았습니다. FTA는 양국 간에 관세 등 보호무역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국가 간 약속입니다. 강대국 미국과 우리가 계급장 떼고 무역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실 당시에 많은 국민이 걱정했습니다. 이후 2011년 추가 협상을 거쳐 2012년 3월 15일 발효되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이 오히려 FTA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체결 당시의 우려와 달리 한국은 세계 무역 상위권에 올랐고 반도체, 스마트폰,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 글로벌 강자로 성장했습니다.

더 이상 한국은 유치산업을 보호해야 할 정도로 약한 나라가 아닙니다. 보호무역에서 자유무역으로의 전환이 국가 경제를 얼마나 강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가 우리나라에 새로운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과거 역사에서 어려움을 극복했던 것처럼 지금의 위기는 미래의 경제적 위상을 더 높일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과거 한국은 보호무역으로 산업을 육성했고, 자유무역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키웠습니다. 지금의 도전은 한국 경제의 달라진 위상에 맞는 과제입니다. 정치적 무질서를 조속히 수습하고 균형 잡힌 경제 정책으로 새로운 도전에 대응해야 할 것입니다.

이철욱 광양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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