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섰다.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의 종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지정학적 우려가 덜어진 가운데, 고대역폭 메모리(HBM) 양산과 인공지능(AI) 기업 트로픽 투자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가가 큰 폭으로 올랐다. SK하이닉스도 이날 상승세를 이어가는 등 반도체 기업에 대한 강한 투심이 유지됐다.
넉 달만에 '2천조 전자'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5.84% 상승한 31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우선주도 6.08% 상승해 20만2500원까지 올랐다. 코스피지수는 삼성전자의 상승세에 힘입어3.55% 오른 8476.15에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보통주와 우선주가 함께 급등하면서 합산 시가총액이 2000조원을 넘어섰다. 보통주 시총은 1853조2703억원, 우선주 시총은 162억480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합하면 2015조7504억원이다. 삼성전자 시총이 2000조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27일 장중에 2000조원을 터치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종가 기준으로는 1900조원선에 머물렀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가파른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월말 1000조원을 넘긴 뒤 약 4개월만에 두배로 불어났다. 조만간 삼성전자 보통주만으로도 시총이 2000조원을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이날 급등한 것은 AI 생태계의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7세대 제품 샘플 출하를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올해 2월 6세대 제품 양산에 이어 기술력을 재확인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AI 서비스인 '클로드' 개발사인 앤트로픽에 투자를 했다는 소식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란과 미국의 종전 협의가 진전됐다는 보도도 투심 회복에 영향을 줬다.
투자자별로 보면 기관투자자가 삼성전자를 1조6653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 보통주를 3240억원어치 팔았지만 우선주는 2570억원어치 더 담았다. 개인은 보통주(-1조3328억원)와 우선주(-3047억원)를 모두 팔았지만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 ETF는 2600억원가량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 맹추격
시총 2위 기업인 SK하이닉스도 삼성전자를 맹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날 1.92% 상승한 233만3000원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1662조7346억원으로 올 들어 1200조원가까이 불어났다.
SK하이닉스의 최근 상승세는 삼성전자보다 더 빠르다. 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들어 164.39% 상승하는 동안 SK하이닉스는 258.37% 올랐다. 일 년 전 삼성전자 시총(우선주 포함)의 41.74%에 불과했던 SK하이닉스 시총은 이날 삼성전자의 80%가 넘을 정도로 덩치가 커졌다.
스마트폰·가전 등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비중이 높아 AI 반도체 업황 호황세의 수혜를 고스란히 받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증권가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AI 기반 투자정보 서비스 에픽AI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평균 목표주가는 39만417원으로 한 달 사이에 34.02% 상향 조정됐다. SK하이닉스 역시 같은기간 171만870원에서 241만3750원으로 41.08% 눈높이가 높아졌다.
목표주가 최고치는 삼성전자가 57만원, SK하이닉스는 380만원이다. 이 주가가 현실화한다면 삼성전자 시총은 약 3800조원(우선주도 동일한 상승률 가정), SK하이닉스는 2770조원까지 불어나 두 기업 모두 '2조 달러' 클럽에 가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장기공급계약(LTA) 고객을 비롯해 비 LTA 고객까지 초과 할당을 요청하고 있다"며 "낸드와 디램을 비롯해 내년 HBM 평균 판매 단가가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강진규/조아라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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