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찾은 스위스 에멘 내 비욘드그래비티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거대한 아치형 구조물이 시야를 가득 채웠다. 직경 5.4m, 높이 20m인 이 구조물은 로켓 상단 덮개인 페어링이다. 흰색 표면에는 유럽우주국(ESA)의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6’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취리히에 본사를 둔 비욘드그래비티는 글로벌 우주 기술·부품 업체다. ESA와 미국 항공우주국(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이 주요 고객이다.
공군기지 활주로 인근 약 8800㎡ 규모 부지에 들어선 에멘 공장은 페어링 생산 전반을 담당한다. 페어링은 로켓의 비행 초기 3~5분간 대기권 통과로 발생하는 엄청난 마찰열과 소음으로부터 위성을 보호하는 핵심 부품이다. 프란츠 슈트라우만 엔지니어링 시니어매니저는 “외피가 1㎜도 되지 않는 탄소섬유를 경화한 복합소재로 제작해 무게를 줄였다”며 “로켓에서 페어링이 순식간에 분리될 때 사용되는 케이블도 매우 정교한 작업을 거쳐 제작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스위스가 전통적인 시계 제조를 넘어 우주항공 분야의 첨단·정밀 제조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정밀하고 내구성이 높은 부품을 만드는 시계 관련 금속공업 경쟁력이 우주산업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스위스만의 독특한 혁신 생태계가 자리한다. 산학협력으로 실무형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 시스템이다.
비욘드그래비티 역시 이 같은 토대에서 성장했다. 엔지니어 상당수가 취리히연방공대(ETH) 출신이다. 슈트라우만 매니저는 “박사과정 학생의 파견 근무와 학기 중 프로젝트를 회사가 지원하고, 이 가운데 일부가 채용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학계와 활발한 협력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이 다시 회사 자원이 되는 선순환 구조가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ETH와 로잔연방공대(EPFL)의 학생 프로젝트 현장에서도 이 같은 협력 모델을 확인할 수 있었다. ETH에서 학생들이 로봇과 로켓, 위성을 제작하는 ‘ARIS 프로젝트’가 단적인 예다. 학생들이 액체 연료 로켓 엔진부터 로켓 유도 회수 시스템까지 제작하는 해당 프로젝트에 산업계는 개발 비용을 지원한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대학원생 니콜라 스카폰탈리는 “실무 경험을 쌓고 항공우주 분야에 첫발을 내딛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스위스 시계공업의 강점인 도제식 직업훈련 역시 혁신 생태계의 또 다른 축이다. 스위스에서는 중학교 졸업생 중 3분의 2 정도가 고등학교 진학 대신 직업훈련 과정을 택한다. 이들은 2~4년간 실무훈련과 이론 교육을 병행하며 실무 역량을 키운다. 현장 중심의 숙련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취지다. 가령 베른대 기초과학관 작업실에는 직업훈련생 9명이 근무 중이다.
2년 차 훈련생 루카 가우치는 “우주 장비에 쓰이는 금속 부품을 제작하는 방법을 단계적으로 배운다”고 했다. 대학에 진학하는 길도 열려 있다. 가우치도 직업훈련을 마친 후 대학 학위를 받을 계획이다. 그는 “원래 학교를 좋아하지 않아 공부하는 것이 항상 어려웠지만 현장을 경험하며 우주 분야에 흥미를 느꼈다”고 말했다.
취리히=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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