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
만인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너
너와 나는 이인삼각
애환 함께 하였건만
어느 날 고개 돌릴 너
끝내 얼굴 없는 너
1월의 고역은 2024년과 2025년을 헷갈린다는 것이다. 연도를 쓸 때 자꾸 2024년이라고 쓴다. 나이 들어감의 고역은 작년 나이와 올해 나이를 헷갈린다는 것이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어린 자식의 나이는 금방 알겠는데 정작 내 나이 댈 때는 손가락으로 다시 꼽는다. 나이 맨 앞의 숫자가 바뀔 때쯤에야 실감이 된다. 아, 벌써. 그 외에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벌써 올해의 첫 달도 반이 넘어 지나갔다. 이렇게 어물쩍거리다 쏜살같이 지난 세월에 화들짝 놀랄 것이 뻔하다.
만인의 것이면서
누구의 것도 아닌 너
너와 나는 이인삼각
애환 함께 하였건만
어느 날 고개 돌릴 너
끝내 얼굴 없는 너
번지 없는 빈 집에
문패 달랑 걸어 놓고
온데간데없는 너
있는 것이란 아무것도 없는 너
그러나
천지에 꽉 차서
없는 곳이
없는 너.
―장순하(1928∼2022)
1월의 고역은 2024년과 2025년을 헷갈린다는 것이다. 연도를 쓸 때 자꾸 2024년이라고 쓴다. 나이 들어감의 고역은 작년 나이와 올해 나이를 헷갈린다는 것이다. 내가 몇 살이었더라? 어린 자식의 나이는 금방 알겠는데 정작 내 나이 댈 때는 손가락으로 다시 꼽는다. 나이 맨 앞의 숫자가 바뀔 때쯤에야 실감이 된다. 아, 벌써. 그 외에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다. 벌써 올해의 첫 달도 반이 넘어 지나갔다. 이렇게 어물쩍거리다 쏜살같이 지난 세월에 화들짝 놀랄 것이 뻔하다.
장순하 시인은 시조 시인이면서 장수하신 분이다. 우리도 이제 백세 시대를 살게 된다는데 백 년이란 무려 한 세기다. 세계사의 풍경이 바뀔 만한 시간이다. 그 긴 시간을 겨우 하나의 몸으로 견딘 시인이 말한다. 내내 함께했지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시간. 있었지만 없는 시간. 그새 없어지지만 천지간에 가득 차 있는 시간이라고.
더디 가라 애원할 수는 없다. 나는 올해의 시간을 텃밭처럼 여길 셈이다. 가장 소중한 밭인 듯 예쁘게 나눠 내 인생을 심어야지 싶다. 2025년아, 잘 부탁한다.
나민애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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