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 제친 소프트뱅크… 日경제 축 '제조업→AI' 이동
자회사 ARM 나스닥 상장 후
2024년부터 오픈AI에 투자
데이터센터 인프라까지 구축
AI붐 타고 소뱅 시총 급상승
일본 증시 시가총액 1위 기업이 20여 년 만에 도요타자동차에서 인공지능(AI) 전문 투자사인 소프트뱅크그룹으로 바뀐 것은 일본 산업 구조의 변화를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일본 경제의 무게추가 전통 제조업에서 AI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산업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일 도쿄 증시에서 소프트뱅크는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15% 가까이 급등하며 시가총액이 49조엔(약 462조원)에 육박했다. 이로써 2003년 12월 이후 22년6개월 동안 일본 기업 중에서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유지해 온 도요타를 제치고 시총 1위에 올랐다.
◆ 소뱅의 질주 '3가지 이유'
이는 도요타의 추락이라기보다 소프트뱅크의 급부상이 만들어 낸 결과에 가깝다. 최근 소프트뱅크 주가 상승 배경을 보면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다. 우선 영국의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다.
최근 AI가 추론형 AI와 에이전트 AI 단계로 진화하면서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2016년 ARM을 인수한 뒤 스마트폰 중심의 사업 영역을 클라우드 서버와 에지 컴퓨팅 분야로 확장했다.
이 부문에서 ARM이 보유한 반도체 설계 기술이 AI 붐과 함께 주목받으며 주가가 상승하자 소프트뱅크의 강세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이뤄지고 있다.
두 번째는 오픈AI다. 소프트뱅크는 오픈AI에 약 346억달러를 출자했고, 연내 추가 투자까지 포함하면 총액은 646억달러(약 97조원), 일본 통화로 10조엔에 달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오픈AI 기업가치가 1조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상장을 준비 중인 오픈AI 기업가치가 전망치에 달할 경우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지분가치는 20조엔 규모로 평가된다. 투자 금액만큼의 평가이익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소프트뱅크가 최근 발표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실적에서도 오픈AI 효과는 분명하게 드러난다. 소프트뱅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4.3배 증가한 5조엔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 역사상 최대 순이익이다. 이 가운데 오픈AI 투자 평가이익만 6조7300억엔에 달한다.
세 번째는 AI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다. 소프트뱅크는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전날 유럽 최대 규모인 AI 데이터센터를 프랑스에 건설한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투자자들 기대가 폭발했다. 출자 규모만 최대 750억유로(약 132조원)로 소프트뱅크의 유럽 투자액 중에서도 역대 최고치다.
◆ 경제 DNA 확 바꾼 일본
이번 시총 역전은 일본 증시가 어떤 산업에 미래를 걸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는 분석이다.
2000년대 초반 시총 1위는 이동통신 혁명을 상징한 NTT도코모였다. 이후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을 대표하는 도요타가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이번에 AI를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은 소프트뱅크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시총 1위 기업의 변화는 곧 일본 경제의 중심축 이동을 의미한다. 과거 일본 경제를 이끌었던 자동차와 전자산업, 정밀제조업은 여전히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은 이미 다음 성장 엔진을 AI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증시에서는 AI 수혜 기업들 약진이 두드러진다.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키옥시아는 폭발적인 실적 개선 기대 속에 이날 10% 오른 7만2500엔에 거래를 마치며 시총 3위에 등극했다. 2위인 도요타와는 불과 6조엔 차이다. 골드만삭스는 키옥시아 목표주가를 기존 4만8000엔에서 9만3000엔으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반도체 장비 기업 도쿄일렉트론 역시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AI 반도체 수요가 늘어나면 생산 장비 수요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AI 투자 증가가 곧 반도체 장비 투자 확대를 의미하는 이유다. 무라타제작소 역시 강세를 보였다. AI 서버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수요 증가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이번 시총 1위 교체를 놓고 일본의 제조업 쇠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은 미국처럼 엔비디아나 오픈AI 같은 AI 플랫폼 기업이 없다"며 "대신 반도체 설계와 메모리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등 AI가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영역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제조업 국가에서 제조업에 강점을 둔 AI 공급망 국가로의 이동이라는 분석이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 서울 김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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