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역법 301조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새 관세 부과를 추진하는 가운데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체결한 기존 무역합의의 관세 상한선을 존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로이터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그리어 대표는 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는 합의라는 점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관세 정책 재편 과정에서도 앞서 체결한 무역합의의 기본 구조는 유지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리어 대표는 특히 EU와의 무역합의를 언급하며, 해당 합의가 미국에 "일정 수준까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역법 301조 조사에서 문제가 확인된 무역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EU와의 '턴베리 합의'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EU가 합의를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미국이 추진하는 조치의 틀 안에서 해당 합의를 수용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해 EU 및 일본과 각각 무역합의를 맺고 양측 수출품에 대한 미국 관세율을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대신 EU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했고, 일본은 미국에 55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한국도 미국과의 무역합의를 통해 3500억달러 규모 대미 투자를 약속하고 대미 수출품 관세율을 15%로 낮춘 바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월 대법원의 상호관세 무효 판결 이후 무역법 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교역 상대국에 10%의 '글로벌 관세'를 부과하면서 새 관세 체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무역법 122조에 따른 글로벌 관세는 최장 150일까지만 부과할 수 있어, 해당 기한이 끝나는 7월 하순 이전에 301조 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새 관세가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USTR은 지난 2일 강제노동으로 생산된 제품의 거래를 막지 못한 60개 경제권에서 들어오는 수입품에 10% 또는 1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에는 12.5%, EU에는 10% 관세가 적용될 전망이다.
다만 과잉생산 능력에 대한 추가 301조 조사 결과가 나오고 이에 따른 별도 관세 조치가 더해질 경우, 각 경제권의 총 관세율이 기존 합의 상한인 15%를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번 그리어 대표의 발언은 이 같은 우려를 완화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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