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멜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이 손으로 불펜을 가리키며 마운드로 올라왔다. 선발 저스틴 벌랜더(42)는 그런 멜빈과 한참을 얘기하더니 마운드를 내려왔다.
“감독에게 ‘내가 나이들었다고 내리시는 거에요?’라고 물었다.”
2일(한국시간) 콜로라도 로키스와 홈경기 등판을 마친 벌랜더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당시 둘이 나눈 농담을 공개했다. 이날 그는 6 1/3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 호투했다.
7회초 선두타자 라이언 맥맨에게 솔로 홈런을 허용한 그는 “날씨가 추웠고 휴식도 길어서 그랬는지 초구에 구속도 제대로 안나왔고 움직임도 별로였다. 그래서 홈런을 맞은 거 같다. 조정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날 벌랜더는 승리투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갔으나 팀이 역전을 허용하며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팀도 3-4로 졌다. 멜빈 감독은 “승리투수가 될 자격이 충분한 투구였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벌랜더는 이번 시즌 초반 유난히 승운이 없다. 세 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기록했음에도 승리와 인연이 없었다. 통산 300승까지 38승을 남겨두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일곱 차례 선발 등판을 가졌으나 아직 개인승이 없다.
그는 “최대한 길게 내다보려고 하고 있다”며 이에 관한 생각을 전했다. “작은 표본에 집중하면 정말 어려워지는 것이 야구다. 계속해서 잘 던지다 보면 언젠가 승리는 따라올 것”이라며 아쉬움을 삼켰다.
“전반적인 구위는 꽤 좋았다”며 이날 자신의 투구에 만족감을 드러낸 그는 “부정적인 태도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선발 투수에게 오래된 격언이 있는데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만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좋은 공을 던지려고 하지만, 공이 내 손을 떠난 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다. 타자들은 운이 좋으면 나쁜 공을 잘 칠 수도 있고, 좋은 공을 잘 칠 수도 있다. 그냥 내 자신에게 집중하는 수밖에 없다. 최대한 길게 던지면서 팀에게 이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주고 다음 선수에게 바통을 넘기는 것”이라며 경기에 임하는 자세에 관해 말했다.
불펜진에 대한 신뢰도 드러냈다. “우리 팀 불펜은 시즌 내내 정말 잘해줬다. 내가 등판한 경기에서 몇 차례 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이것이 야구다. 여기 앉아서 ‘내가 잘못했네’ ‘네가 잘못했네’ 이런식으로 따질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팀 동료로서 서로를 믿어야한다. 불펜은 우리 팀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다”며 동료들을 감쌌다.
그는 재차 “앞으로도 내 할 일을 다하며 팀에 이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다음 선수가 자기 일을 할 수 있게 마운드를 넘겨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득점을 내기 시작하면 승리는 자연스럽게 이어질 거시알고 자신한다”며 승리는 따라올 것이라는 믿음을 드러냈다.
결과를 떠나 내용이 좋아지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시즌 첫 네 차례 등판에서 평균자책점 6.75로 고전했던 그는 최근 세 차례 등판에서 1.96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그는 “그저 시즌 초반에 비해 더 잘 던지고 있다는 점이 행복하다”는 말을 끝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