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금메달 시상대의 문법 - 카메라를 향하거나, 팬을 향하거나[청계천 옆 사진관]

5 days ago 1

백년사진 No. 184 금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과 인형을 들고 독자와 시청자를 향해 환하게 웃습니다. 경기가 끝나면 선수들은 옷을 갈아입고 시상대에 오릅니다. 동메달, 은메달, 금메달 순서로 VIP들이 메달을 걸어줍니다. 그리고 5~20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카메라맨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금메달 사진은 세 가지가 만듭니다. 주최측이 금은동 위계에 맞춰 높이를 달리한 시상대, 그 앞에 배치된 카메라, 그리고 주인공인 선수가 스스로 만들어내는 표정입니다.예전의 메달 세리머니는 화려하지 않았습니다. 카메라 앞에 서 본 경험이 적은 선수도 많았을 테고, 움직임을 포착하는 카메라 기술도 지금 같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1936년 8월 독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의 시상대 사진을 떠올려 봅니다. 고개를 숙인 채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입니다. 일장기 말소 사건이라는 이야기를 걷어내면 무척 정적인 사진입니다.그로부터 90년이 지난 2026년 가을, 일본에서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대회 동안 경기장을 돌며 시상대와 코트를 지켜봤습니다.신문과 인터넷이 고르는 사진은 대체로 정해져 있습니다. 승부가 갈리는 결정적 순간, 점수를 따냈을 때 터지는 포효, 승부가 확정되는 순간, 그리고 시상식의 기쁜 표정입니다. 독자에게 한두 장의 사진으로 ‘이겼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사진이 선택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적어도 우리 스포츠 문화에서는 승리를 확인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그 한 장을 찾다 보면 알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세리머니에도 방향이 있다는 겁니다. 어떤 세리머니는 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향하고, 어떤 세리머니는 팬을 향합니다. 코치나 가족을 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해 본 사람이 잘한다 — 카메라를 향한 세리머니세리머니도 해 본 사람이 잘합니다. 농구와 야구처럼 대중적 인기가 높은 종목은 세리머니가 발달해 있습니다. 득점하면 어디로 달려가고, 어떤 동작을 하고, 누구와 끌어안는지가 이미 하나의 문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선수들도 그 문법을 보면서 자랐을 겁니다. 29일 일본 아이치현 이치노미야시립 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배드민턴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한국 안세영이 기뻐하고 있다. 이치노미야= 변영욱 기자 개인 종목의 스타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드민턴 안세영은 포효를 여러 종류 가지고 있었습니다. 금메달이 확정...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