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경록 여행전문기자] 최근 스페인 정부가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운영되는 6만 5000여 건의 단기 숙소에 대해 전면 폐쇄 명령을 내렸다. 등록번호 누락, 무허가 운영, 소유자 정보 미기재 등 현행 법률을 위반한 숙소들에 대한 조치로, 스페인은 관광산업과 도시 거주권 사이의 충돌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관광객 유입에 기댄 지역경제 성장은 달콤했지만, 지역 주민의 주거 안정성과 공동체 붕괴를 대가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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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앱 서비스 화면 |
스페인은 팬데믹 이후 관광객 수가 급증했다. 바르셀로나, 마드리드, 세비야 등 인기 도시의 관광객 수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초과했고, 에어비앤비를 통한 단기임대 숙소 수는 2019년보다 약 40% 증가했다.
이에 따라 주거 공간이 ‘숙박업’으로 전환되며 지역 임대료는 최근 5년간 2배 이상 상승했고, 장기 거주자는 외곽으로 밀려났다. 시민단체 ‘바르셀로나 레지던트 네트워크’(Barcelona Residents Network)는 “우리는 도시에서 쫓겨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소비자권리부는 마드리드 고등법원의 판결에 따라 플랫폼 상에서 관련 규정을 위반한 숙소 약 6만5000건을 일괄 폐쇄 조치했다. 이는 단순한 행정처분이 아니라 법원의 명령에 따른 ‘전국적 정비’로, 관광정책이 거주권 정책과 충돌하는 주요 지점에서 제동이 걸린 사례다.
이번 조치는 바르셀로나 시의 강력한 제한 정책(2028년까지 모든 단기임대 금지)과 지방정부의 조례, 그리고 이를 지지한 중앙정부의 사법적 집행으로 입체적 규제 체계를 통해 구현됐다. 에어비앤비는 “일부 숙소는 규정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항소를 예고했지만, 여론은 “도시가 더는 플랫폼에 끌려다녀선 안 된다”는 쪽에 기울고 있다.
전무가들은 “거주공간의 상업화가 도시공동체의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며, 관광의 지속가능성은 단순 방문객 수가 아니라 ‘지역과의 조화’에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