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우주산업’ M&A 사상 최대규모
발사체·위성 제작에 위성통신까지 수직계열화
로켓랩, 이리듐 인수 소식에 주가 16%↑
“‘가난한 스페이스X’에 그칠 것” 등 평가 엇갈려
미국 우주기업 로켓랩(Rocket Lab)이 글로벌 위성통신 기업 이리듐 커뮤니케이션스를 80억달러(약 12조원)에 인수하며 단순 발사체 업체에서 위성통신까지 아우르는 종합 우주 플랫폼으로 탈바꿈한다. 업계에서는 로켓랩이 스페이스X의 성공 방정식을 본격적으로 따라가면서 향후 민간 우주산업의 양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로켓랩은 29일(현지시간) 이리듐을 주당 54달러, 총 8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순수 우주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으로 꼽힌다.
이리듐 주주들은 현금 27달러와 로켓랩 주식을 받게 되며, 거래는 규제당국과 주주 승인을 거쳐 2027년 중반 마무리될 예정이다.
로켓랩 주가는 인수 소식이 알려지자, 전일 대비 15.93% 급등한 98.01달러에 마감했으며, 시간외거래에서는 주당 100달러를 5거래일만에 재돌파했다. 최근 우주산업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전반적으로 조정받으면서 로켓랩 주가는 지난 23일 100달러 선이 무너진 뒤 한때 80달러대까지 밀렸다.
이번 인수의 핵심은 로켓랩이 스페이스X와 한층 닮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Electron)’과 위성 제작이 주력이었지만, 앞으로는 뉴트론으로 자사 위성을 발사하고 이리듐의 위성통신 서비스까지 직접 운영하는 수직계열화 모델을 구축하게 된다. 이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 로켓과 스타링크 위성통신 사업을 결합해 막대한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구조와 사실상 동일한 전략이다.
아울러 안정적인 현금창출원을 확보했다는 점도 로켓랩에게는 호재다. 로켓랩은 지난해 연간 매출 약 6억180만달러(약 9200억원)를 기록했지만 3억2200만달러(약 5000억원) 적자를 냈다. 반면 이리듐은 연간 8억7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의 매출과 약 3억달러(약 4600억원)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수익성 높은 위성통신 기업이다. 정부·국방·항공·해운 분야를 중심으로 25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글로벌 L밴드 위성망과 희소성이 높은 주파수 자산도 보유하고 있다.
로켓랩은 이를 기반으로 발사체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오는 4분기 첫 발사를 목표로 개발 중인 재사용 중형 발사체 ‘뉴트론(Neutron)’의 상업화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로켓랩은 발사 사업에서도 꾸준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일본 지구관측 기업 신스펙티브(Synspective)의 위성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며 누적 91번째 발사에 성공했다. 신스펙티브의 스트릭스(StriX) 위성군 10기를 모두 일렉트론 로켓으로 쏘아 올리며 100% 임무 성공률을 기록했고, 앞으로도 17회의 추가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일렉트론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사된 소형 궤도 발사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인수로 로켓랩이 스페이스X의 대항마로 거듭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주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Ars Technica)의 에릭 버거(Eric Berger) 수석 우주기자는 로켓랩이 진정한 수직계열화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뉴트론(Neutron)’의 성공적인 상업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뉴트론은 엔진 시험과 기체 구조시험 과정에서 여러 차례 일정이 지연된 만큼 당초 목표인 올해 4분기 첫 발사도 낙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버거 수석 우주기자는 “이리듐 인수만으로 곧바로 스페이스X와 같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뉴트론 개발 성공 여부가 이번 인수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로이터 계열 경제분석 매체 브레이킹뷰스의 로버트 사이런 칼럼니스트는 이번 거래를 두고 “스페이스X의 사업 모델을 갖추려는 시도이지만 규모와 경쟁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며 “결국 ‘가난한 스페이스X’를 만드는 데 그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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