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2050년까지 전체 인구를 1000만 명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발의안이 찬성 45%, 반대 55%로 부결됐다. 투표율은 약 59%로 최근 스위스에서 시행된 국민투표의 평균 투표율(48%)을 웃돌았다.
블룸버그통신은 농촌지역에선 찬성 의견이 우세했으나, 제네바와 로잔 등 프랑스어를 쓰는 서부 대도시에서 반대 표가 쏟아지며 부결됐다고 분석했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 제도에 따라 유권자들은 통상 연 4차례 실시되는 국민투표를 통해 주요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한다.
이번 국민투표는 반(反)이민 정서가 확산하는 최근 유럽의 흐름과 맞물려 있다. 법안을 주도한 스위스국민당(SVP)은 우파 포퓰리즘 정당으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을 앞세워 2023년 총선에서 1위에 올랐다. SVP는 외국인 인구가 급증해 높은 임대료, 교통 혼잡 등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며 인구 제한을 주장했다.
스위스 정부는 현 추세가 유지되면 2040년대 초에 인구가 1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SVP는 발의안에서 2050년 이전에 인구가 950만 명을 넘을 경우 난민 수용, 가족 초청 이민, 체류 허가 발급 등을 제한하고 1000만 명을 넘을 경우 EU와의 상호 거주·취업규제 완화 협정을 종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이번 투표는 스위스판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불렸다.
반면 스위스 정부와 재계는 늘어난 이민자를 통해 산업 전반에 필요한 숙련 노동력과 전문 인력을 충당해 왔다며 투표 부결을 독려했다. 비트 얀스 스위스 법무장관은 투표 결과 발표 후 “유권자들은 오늘의 결정으로 안정성, 개방성, 신뢰성의 신호를 보여줬다”며 “주택과 이민 문제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을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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