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체 스마트폰 생산량의 50%가량을 베트남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한다. 주요 생산지인 베트남에 매긴 미국의 상호관세율이 46%에 달해 삼성전자의 미국 사업 축소가 우려됐지만 이번 상호관세 예외 조치로 인해 이러한 부담을 덜게 됐다.
트럼프 정부가 스마트폰 등 일부 품목에 대한 상호관세를 제외한 것은 당장 애플과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들이 받는 타격이 상당하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지난해 해외에서 515억 달러(약 73조5000억 원)어치 스마트폰을 수입했는데 이중 81%(417억 달러)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중국은 애플 아이폰의 핵심 생산지다. 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상호관세가 그대로 강행될 경우 미국 내 100만 원대에 팔리는 아이폰 가격이 400만 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PC도 상호관세가 제외된 탓에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한시름 놓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미국이 지난해 ‘컴퓨터 및 유사장치’ 부문에서 수입한 규모는 스마트폰의 약 3배인 1414억 달러다. 미국 스마트폰 및 PC 시장이 고관세로 위축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생산하는 메모리 반도체 역시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됐다.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PC에 공급하는 범용 반도체는 이번 예외 조치로 부담을 덜게 됐다”면서도 “다만 반도체는 품목 관세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안도하기에는 이르다”고 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월요일(14일) 답을 주겠다”며 “우리는 매우 구체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상호관세 제외 조치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공정하고 효과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자동차, 철강, 의약품, 반도체 등은 특정한 관세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며 “곧 반도체 관련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결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외국산 수입 제품이 미국 국가 안보에 위협을 끼칠 경우 긴급하게 조치를 내릴 수 있다.
반도체 품목 관세 부담이 클수록 한국과 중국 등에 주요 제조기지를 두고 있는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공급망 이전 압박도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대만 TSMC가 미국에서 1000억 달러 추가 투자 발표를 하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대미 투자에 대한 부담감이 커진 상황이다. 두 기업은 앞서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각각 370억 달러, 38억7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재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시시각각 변하는 데다 생산기지를 하루아침에 이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서 계속 예의주시 할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구체적인 방향이 정해지고 어느정도 불확실성이 걷히고 난 뒤에야 대응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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