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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쉽지 않은 ‘종전 협상’
전세계 경제와 금융시장은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이스라엘과 미국의 이란 공습이 시작된 지 벌써 2개월이 다 지나고 있지만, 아직 전쟁은 진행 중이고, 호르무즈 해협은 봉쇄되고 있다. 중동 불안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90달러에 머무르고 있으며, 이는 전쟁 전 대비 약 38% 급등한 수준이다.
다행히 금융시장은 안정을 되찾고 있다. 주가지수는 다시 반등하고 있으며, 채권금리는 하락하고 투자심리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470원을 상회하여 이제 1450원과 1500원 수준에서 등락 중이며, 이 역시 전쟁 전 1440원 대비 약 30원 이상 오른 수준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이란에 대한 최후 통첩을 불과 1시간여 남기고 2주간의 임시 휴전에 동의했다. 2주간의 협상은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며, 추가로 2주 동안 휴전을 연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감안하면 5월 초가 마감이다. 5월 초에는 합의에 이를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 있어 가장 큰 쟁점은 이란의 핵 활동이다. 전쟁의 목적 역시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 결렬에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이란에게 ‘완전 핵 포기’를 최우선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고, 이란 입장에서는 핵을 포기할 경우 중동 지역의 패권 싸움, 특히 적대국으로 간주하는 이스라엘에 대한 굴복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최근 합의 내용은 ‘10년+10년’ (10년 중단, 이후 10년 재활용), 또는 이란의 ‘평화로운 핵 프로그램 활동’ 등이다. 이 조건은 상당 부분 합의에 이를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 다음 문제인 호르무즈 해협의 운송 재개, 더욱이 이란의 재건 비용 (전쟁 배상)을 누가 지불할 것인지도 관건이다.
전쟁의 장기화는 참전국은 물론 중동 국가들에게도 불안 요인이다. 미국은 막대한 전쟁 비용을 지출해야 하고, 의회 승인 문제와 내부 여론도 좋지 않다. 이스라엘도 최근 이란이 아닌 인접국인 레바논, 친이란 무장단체와 격돌하고 있다. 이란은 정권 붕괴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여러 사안을 감안하면, 종전 협상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나, 전쟁이라는 막대한 비용, 사회 경제적 비용, 전쟁의 명분과 이해득실 등을 모두 고려할 때 종전 협상이 단기에 합의될 가능성은 여전히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전쟁과 경제, 결국 전쟁 기간과 유가 수준
중동 전쟁이 발발하고 국제유가 급등함에 따라 물가상승압력이 높아질 전망이다.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 전월대비 0.9% 상승했고, 3월 생산자물가는 0.5% 상승했다. 미시건대 4월 소비신뢰지수는 53.3에서 47.6으로 급락했으며, 1년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8%에서 4.8%로 무려 1%p가 급등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은 3월보다 4월에 더 큰 폭으로 오를 전망이다. 유가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시차가 약 1개월 정도이기 때문이다.
유가 급등은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소비심리는 위축되며,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지연하거나 철회한다. 이러한 현상이 전형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의 ‘스태그플레이션 (Stagflation)’ 사이클을 의미한다. 만약 이러한 경기 하강 압력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투자 위축은 고용 악화로 이어지고, 고용 감소는 가계의 임금소득, 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소득 모두를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더 심한 침체, 즉 디플레이션 (Deflation)을 야기한다.
하지만, 종전 협상이 합의되고, 유가가 전쟁 이전은 아니더라도 최고치에 비해서는 낮아지며, 가계와 기업의 심리가 안정되면 전쟁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일시적이다. 더욱이 전쟁으로 경기가 수축될 경우 정부의 물가안정, 경기부양 정책이 경기의 하방을 완충시킨다. 예를 들어 국내에서도 약 26조원에 달하는 추경편성 (이 가운데 고유가 부담 완화는 10조1000억원)이 대표적이다. 국방비 지출과 중앙은행이 시장 안정을 위한 자산 매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과거 미국은 2차 세계대전과 1950년 한국 전쟁, 1963년 베트남 전쟁, 1990년 걸프전, 2003년 이라크 전쟁 등에 참전한 바 있다. 경기 호황기에 전쟁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었으나, 불황기에 전쟁은 경제에 치명적 영향을 끼쳤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첨단 무기가 투입된 현대전이라는 점에서 장기간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도 이러한 차이점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여전히 속단하기 어렵다. 협상 결렬과 중동 확전 또는 전면전, 장기전으로 치달을 경우 전세계적인 고유가와 초인플레이션 장기화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경우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누적되어 적어도 2~4분기에 걸쳐 경제활동, 금융시장에 고통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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