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만원 샤넬백? 그돈이면 SK하이닉스나 담자”…확 바뀐 예물 공식 [스드메의 문단속⑤]

2 hours ago 2
경제 > 생활 경제 스드메의 문단속

“1800만원 샤넬백? 그돈이면 SK하이닉스나 담자”…확 바뀐 예물 공식 [스드메의 문단속⑤]

업데이트 : 2026.05.15 18:38 닫기

단순 ‘예물 생략’ 넘어 ‘금융 투자’로
부동산 부담이 불러온 ‘스마트 웨딩’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 출연한 배우 수지가 명품을 대표하는 에르메스 핸드백을 들고 있다. [넷플릭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다 이루어질지니’에 출연한 배우 수지가 명품을 대표하는 에르메스 핸드백을 들고 있다. [넷플릭스]

청년층 사이에서 결혼 준비 공식이 변화하고 있다. 고가의 명품백이나 일상적 착용이 어려운 주얼리 대신 배당 수익과 차익 실현이 가능한 금융 상품을 매입하는 사례가 늘었다. 결혼을 일회용 소비성 이벤트가 아니라 자산을 형성하는 수단으로 재정의하는 양상이다.

15일 매경AX 취재를 종합하면 내년 결혼을 앞둔 직장인 A씨(29·여)는 지난달 상견례를 마치고 예비 신랑과 합의해 프러포즈 가방과 시계를 생략했다. 그 비용으로 국내·해외 주식을 적절한 비율로 매입해 공동 자산 운용을 시작했다.

지난달 1일 브랜드 홈페이지 기준 샤넬의 시그니처인 클래식 11.12백 가격은 1790만원, 롤렉스의 인기 모델인 데이트저스트 41㎜ 가격은 1834만원이었다. 3600만원가량의 목돈을 확보한 A씨는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주식을 매수했다. 엔비디아는 주당 175달러에 68주를, SK하이닉스는 주당 82만원에 23주를 사들였다.

17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부읽남이 예비부부들에게 신혼집과 관련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부읽남TV  캡처]

177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부읽남이 예비부부들에게 신혼집과 관련한 일침을 가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부읽남TV 캡처]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시장에서 SK하이닉스는 전장 대비 4.73% 내린 주당 187만7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 하락에도 여전히 A씨의 평단을 크게 웃돈다. 나스닥시장에서 엔비디아는 전장에 비해 4.39% 오른 주당 235.74달러(약 35만원)를 나타냈다.

A씨는 “명품은 오늘 사야 가장 싸고 가격 인상이 자주 이뤄진다지만, 어차피 앞으로도 구매할 예정이 없는 사치품”이라며 “전세 계약이나 자가 마련에 보탬이 될 우량주 보유가 예물·예단 교환보다 바람직하게 느껴졌다”라고 전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명품 대신 주식 선물을 받았다는 인증샷이 심심찮게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예비부부들이 극심한 물가 상승과 부동산 가격 급등을 체감하면서 과시보다 실속을 중시하게 됐다고 분석한다.

신혼부부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메링이 예비·신혼부부 5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응답자가 재정 문제를 결혼의 어려움으로 꼽았다. 구체적으로 ‘결혼 준비 과정에서 가장 큰 고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48%가 신혼집 마련 등 금전 문제를 지목했다. 그 뒤를 예식장·스드메 등 결혼식 준비 절차, 배우자와의 가치관 차이, 양가 부모님 이견 조율 등이 따랐다.

[메링]

[메링]

경제적 기반이 취약한 상황에서 주거 공간을 확보해야 하는 만큼 재테크에 관심을 보였다. 예·적금 중심의 원금 보장 안전 상품(32%)과 비교해 주식이나 펀드 위주의 투자 지향 상품(45%)을 선호했다. 실제로 증권시장 활황에 주요 지수가 역대급 랠리를 이어가자 주식 계좌 수가 증가했다. 증권사 온라인·오프라인 영업점에 투자자가 몰리면서 하루에 10만개에 가까운 계좌가 신규 개설 또는 휴면 해제됐다.

지난 13일 기준 주식 거래 활동 계좌 수는 1억606만개를 넘어섰다. 전년 대비 1600만개 이상 많은 수준이다. 증시로 유입될 예정인 투자자 예탁금은 137조1200억원을 돌파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도 36조원을 기록하면서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그 중심에 20대·30대 청년층 투자자가 있었던 셈이다.

주식 대신 골드바를 산 예비부부들도 있었다. 지난해 국제 금값은 일 년 동안 약 67% 치솟았다. 지난 1월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종가 기준 트로이온스당 5354.8달러(약 800만원)을 찍으며 역대 최고가를 썼다. 올해에도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중동 전쟁이 발발하며 조정에 들어갔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유지 중이다.

결혼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무리해서라도 명품을 건넸지만, 요즘에는 예식장·스드메 비용을 아끼고 투자를 단행해 전세 자금에 보태거나 주택 담보 대출을 상환하고자 노력한다”라며 “자산 형성이 절실한 세대의 심리와 자산 현황을 공개하고 합리적으로 소비하려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