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알바 총대 멘 국세청
체납관리 1만명 채용 계획
사업예산 추경에 꼼수 반영
감정노동·정보유출 위험도
‘권력의 종말’, ‘불량 경제학’의 저자인 모이제스 나임은 정부가 정책에 화려한 이름을 붙일 때 경계하라고 당부한다. ‘○○와의 전쟁’처럼 거창한 수식어는 성과를 내야 한다는 초조함의 방증이고, 그래서 정책 무리수를 둔다는 지적이다.
지난주 정부가 ‘청년뉴딜 추진방향’을 접했을 때 이런 강박이 느껴졌다. ‘뉴딜’이라니. 이명박 정부의 그린뉴딜(4대강) 이후 오랜만이다. 청년뉴딜을 한 줄 요약하면 ‘규모 있는 알바·인턴 채용’이다. 고용 한파에 시달리는 청년들에게 공공에서 양질의 일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취지에 백번 공감하지만 디테일에 악마가 숨었다. 올해 채용 목표가 2만3000명인데 유독 한 기관에 쏠려있다. 국세청 ‘체납관리 실태조사원’(9500명) 사업으로, 범정부 목표치의 41%를 책임진다.
국세청 알바 뉴딜은 국세·과태료 체납자를 찾아다니며 근황을 파악하고 납세를 독려하는 일이다. 사업 아이디어 제공자가 남다르다. 이재명 대통령.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시절 해봤더니 일자리도 챙기고 세금도 추가로 걷혔다고 자평한다.
연초 국세청이 채용 목표를 ‘최대 4000명’으로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1만~2만명 까지도 가능하다”고 채근했다. 삼성전자 기간제 근로자(3213명)보다 3배 많은 인원을 국세청이 뽑게 된 저간의 맥락이다.
그런데 사업 성공을 장담하는 청와대와 달리 국회예산정책처는 타당성에 물음표를 던진다. 선험 사례인 경기도에서 체납관리단 활동으로 세금 징수율이 올랐음을 보여주는 실증 데이터가 없다는 게 첫째. 체납관리단이 알게 된 체납자 개인정보를 악용할 위험성도 지적됐다.
청년들이 감내해야 할 감정 노동도 챙겨볼 지점이다. 곤궁한 처지의 체납자들은 청년 체납관리단을 반기기보다, 멱살을 잡고 접근 의도를 따질 것이다. 욕설은 기본이고, 물리적 위해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르니 현장에서 적당히 하라”고 주의를 줘야 할 판이다.
내막이 어찌 됐든 지난달 전쟁 추경을 통해 2000억원이 넘는 사업 예산까지 확보됐다. 주사위가 던져졌으니 국세청에 당부한다. 대통령이 기대하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과속하지 말기를. 알바를 단기간 교육해 세금 징수율을 높인다는 건 세계가 놀랄 신기(神技)의 영역이다. 뜬구름 목표보다는 ‘책임 있는 고용주’로서 현장에서 사달이 나지 않도록 안전을 챙기는 게 차라리 최선이다.
단, 연말이 되면 이 사업의 공과를 낱낱이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이런 검증 절차 없이 내년 또 1만여명의 ‘시즌2’를 궁리한다면 납세자들의 분노를 마주할 것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있었던 이 사업 심의 모습을 지면에 기록한다. 2000억원이 넘는 사업비를 전쟁 추경에 슬쩍 얹은 국세청과 그 염치없음을 지적하는 국민의힘, 정부를 두둔하는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대화다.
“양질의 일자리라는데 이것은 단기 알바에 불과하잖아요. 본예산에 갈 수 있는데 지금 이렇게 끼우는 것에 대해 이해를 잘 못 하겠습니다.”(이인선·국힘)
“가급적 일제히 하는 것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이번 추경에 편성했다는 점 말씀드립니다.”(이성진 국세청 차장)
“설명자료 한두 페이지짜리라도 준비한 것 없어요? 운영을 해 보니까 이렇게 효과가 나왔고.”(정일영·민주당)
“일단 지금 한 달을 채 못 했고.” (이 차장)
“추경에 맞지 않습니다. 전쟁하고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거예요, 이게.”(박성훈·국힘)
“공무원 숫자 늘리기는 아니잖아요, 이게.”(김태년·민주당)
“그렇습니다.”(이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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