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가빠 헉헉” 대동맥판막협착증…‘약물치료’ 길 열리나

12 hours ago 2

“스퍼미딘 복용 석회화유전자 절반 감소”
“미토콘드리아 기능 관련 지표 3배 증가”

ⓒ뉴시스
항노화 물질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스퍼미딘’이 대동맥판막협착증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의 대동맥판막이 노화로 인해 점차 석회화되면서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좌심실에서 대동맥으로 혈액이 충분하게 나가지 못하게 되는 질환이다. 흉통,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 아직까지 가능한 약물 치료법이 없어 가슴을 절개하는 개흉 수술이나 스텐트 삽입을 통해 대동맥판막을 교체하는 타비시술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이사민 교수팀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분석한 결과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 돼 있었고, 스퍼미딘을 복용하면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회복되면서 대동맥판막의 석회화가 억제되는 현상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20일 밝혔다.

우리 몸의 세포에는 에너지를 공급하는 미토콘드리아가 존재한다. 특히 심장과 뇌처럼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조직에 다량 포함 돼 있다.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저하되거나 손상되면 노화, 당뇨, 심혈관질환, 암 등 다양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스퍼미딘은 낫토, 치즈, 현미, 버섯, 브로콜리, 견과류, 대두 등에 풍부하게 함유된 천연 물질로,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고 불필요한 세포를 스스로 제거하는 자가포식(오토파지)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심장 판막 조직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역할과 스퍼미딘의 효과에 대한 연구는 지금까지 보고된 바가 없었다.

이사민 교수팀은 먼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조직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정상 판막 조직에 비해 미토콘드리아가 손상 돼 있음을 확인했다. 또 미토트래커 염색을 이용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정량분석한 결과,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약 17%로 정상 대조군(41%) 대비 크게 저하 돼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에 주목해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스퍼미딘을 활용해 대동맥판막협착증 치료 가능성을 연구했다. 연구팀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판막 세포에 스퍼미딘을 투여한 결과, 석회화 관련 유전자 발현이 절반 가까이 감소했고, 미토콘드리아 기능과 관련된 지표들이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노화 쥐 동물 모델을 대상으로 스퍼미딘이 포함된 물을 섭취하게 한 결과, 심장 판막 조직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호전됐고 자가포식 관련 단백질 발현이 증가했다. 또 판막 두께가 정상 대조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섬유화 및 석회화 진행이 50% 이상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스퍼미딘이 노화로 인한 DNA 메틸화를 감소시키고, 세포 대사와 자가포식을 활성화해 판막 석회화를 줄이는 기전을 통해 효과를 발휘하는 것을 프로테옴(조직 내 단백질의 전체 집합) 분석 및 추가적인 실험적 검증 연구를 통해 확인한 것이다.

이사민 교수는 “현재까지 약물 치료법이 없었던 대동맥판막협착증에서 스퍼미딘과 같은 항노화 물질이 치료 옵션으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향후 임상 연구를 통해 실용화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 하버드 의과대학 및 브리검 여성병원 연구진과 공동으로 진행됐고 한국연구재단 보호연구지원사업과 중견연구과제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연구 결과는 심혈관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지인 ‘미국심장학회지 기초 및 중개의학(JACC:Basic to Translation Science)’에 최근 실렸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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