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자라면 한 번쯤 꿈꿔봤을 일이다. 이 꿈을 현실로 구현한 대회가 있다. 수학적 알고리즘으로 주가를 예측해 투자하는 ‘세계 퀀트투자 대회’다. 142개국 8만 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한 주인공은 한국 대학생 김민겸 씨다.
12일(현지 시각) 미국 글로벌 자산운용사 월드퀀트(WorldQuant)가 주최한 ‘제5회 국제 퀀트 챔피언십(IQC)’에서 대한민국 UNIST(울산과학기술원)의 김민겸 학생이 우승을 차지하며 2만3000달러의 상금을 거머쥐었다. 컬럼비아대·옥스퍼드대·인도공과대 등 세계 유수의 명문대생들을 제치고 얻은 성과다.
● 알고리즘으로 주가 예측…“우상향 그래프 그렸다”
‘퀀트(Quant)’는 수학적 알고리즘을 활용해 주가를 예측하고 전략을 세우는 투자 방식이다. 세계 퀀트대회에서는 이 알고리즘을 매일 점검하고 수정하며 최종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한다. 김민겸 학생이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전략은 ‘롱숏 에쿼티’로 상승이 예측되는 종목은 매수하고, 하락할 것으로 본 종목은 공매도하는 전략이다.
● 거시경제 반영한 소수정예 전략, ‘8만 명’ 제쳤다
또 하나의 차별점은 거시경제 흐름을 충실히 반영했다는 점이다. 주가 데이터에만 집중한 다른 팀들과 달리, 시장 전체의 움직임을 분석해 경제 상황을 4단계(저금리·고금리·확장기·침체기)로 나누고 이에 맞는 전략을 설계했다.
“퀀트라고 하면 짧게 사고파는 걸 떠올리지만, 제가 추구한 건 오랜 시간 검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안정적인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는 거였어요.”
● ‘심리’까지 반영한 투자 전략 구현했다
가장 큰 효과를 거둔 알고리즘은 ‘내재 변동성(Implied Volatility)’을 반영한 전략이었다. 내재 변동성은 옵션(주가를 미리 정한 가격에 사고팔 수 있는 권리)의 가격에 반영된 시장 참여자들의 기대와 불안 심리를 보는 지표다.
김민겸 학생은 이를 활용해 투자자들이 공포를 느끼는 시점과 안도하는 시점의 차이를 분석해 알고리즘에에 담았다. 복잡한 계산보다 ‘사람들이 너무 불안해할 때 오히려 기회가 온다’는 원리를 수학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 “경험과 통찰력은 사람만의 것” 대회에선 힘 못쓴 AI
김민겸 학생은 “(AI를 활용한) 수학적·정량적 사고도 중요하지만, 결국 자신만의 철학과 통찰력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해요”
개인 투자에 대한 조언도 남겼다. 그는 “개인이 하기 가장 좋은 투자는 미국 지수 S&P500인 것 같다”면서도 “미국 기업들이 균일하게 배분된 지수고, 꾸준한 상승을 보여주고 있다. 거대한 수익을 찾기 보다는 마음 편하게 묻어두기 좋은 지수”라 설명했다.
“나아가야 할 길이 보였다면, 그 길을 묵묵하게 나아가는 것이 저만의 근거 없는 자존감이에요.”
김영호 기자 rladudgh234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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