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판정을 받은 A씨는 최근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 사망보험금 6억원을 신탁했다. 자녀가 9년간 매달 300만원을 교육비·생활비 명목으로 받을 수 있게 했다. 대학에 입학하면 1억원을 지급하고, 졸업하면 남은 금액 2억원을 받을 수 있게 보험금을 설계한 것이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잇달아 계약체결이 이뤄지면서 수수료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B 보험사는 보험금청구권 신탁 수수료로 첫 사망보험금 입금 땐 0.5%를 받고 운용 수수료로 연 0.3%를 받는다. 가령 6억원 사망보험금을 신탁하면 가입자는 처음 300만원을 낸 뒤 해마다 180만원 수수료를 납부하는 식이다. 다른 보험사는 1~2%의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일반 사망보험금 3000만원 이상의 계약자가 대상이다. 계약자와 보험을 보장받는 ‘피보험자’가 동일해야 하며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가 직계존비속·배우자면 가입할 수 있다. 계약자는 신탁 계약을 통해 사망보험금의 지급방식·금액·시기 등을 맞춤 설계할 수 있다.
한 보험사의 신탁 가입자 현황을 보면 사망보험금 3000만원~1억원 미만이 5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1억원~5억원 미만이 40%대, 5억원 이상은 한 자릿수의 가입률을 보인다. 상대적으로 적은 보험금을 가진 가입자의 비율이 높은 추세인 것이다. 업계는 보험금이 큰 경우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목적인 경우가 많다 보니 보험금청구권 신탁에 가입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관계자는 “수수료는 일시불로 내거나 기한을 정해 분할로 납부할 수 있다”며 “신탁은 전문가들이 공증 등 여러 부분을 지원하다 보니 일반 자산관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업계는 보험금청구권 신탁은 사망보험금으로 인한 분쟁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우려해 체계적인 보험금 관리를 위해 가입하려는 수요가 많다고 본다.
한편, 보험금청구권 신탁 가입 건수는 이달 기준 약 260여건이 넘었고 계약금액만 약 9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자본시장법 시행령과 금융투자업 규정 개정안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험금청구권 신탁을 출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