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60년…韓된장·日미소로 화합 담아요

1 day ago 6

한일 대표 셰프 윤미월·요시하라 마사야스 협업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맞아
日식당서 음식 문화교류 행사
발효방식 차이 나는 된장·미소
韓 구수함, 日 담백한 맛 일품
한국은 고춧가루 활용해 특색
"다채로운 식문화 협력 늘길"

한일 협업 음식을 만든 윤미월 윤가 오너셰프(왼쪽)와 요시하라 마사야스 오리온스시 헤드셰프가 도쿄 긴자 소재 한식당 윤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일한국문화원

한일 협업 음식을 만든 윤미월 윤가 오너셰프(왼쪽)와 요시하라 마사야스 오리온스시 헤드셰프가 도쿄 긴자 소재 한식당 윤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일한국문화원

"된장과 미소(일본 된장)는 재료나 만드는 과정을 보면 다른 음식이 아니라 대동소이한 문화의 산물입니다. 양국의 음식문화를 제대로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한국과 일본의 서로 닮은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게 됐습니다."

일본 도쿄 긴자에서 한식당 '윤가'를 운영하는 윤미월 셰프와 '오리온스시'의 요시하라 마사야스 헤드셰프를 만났다. 윤가와 오리온스시 모두 긴자에서 손꼽히는 고급 식당으로 통한다. 예약도 쉽지 않고, 설령 예약했더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윤가는 2014~2019년 미쉐린 2스타 식당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리온스시 또한 금싸라기 땅인 도쿄 긴자에서 간장을 사용하지 않고 오일과 소금으로 스시 맛을 높이는 독특한 콘셉트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들은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주일한국문화원이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공동으로 진행한 한일 전통문화 교류 행사에서 음식 분야를 맡아 '한식문화 콘셉트 레스토랑'을 하루간 운영했다. 이를 위해 윤 셰프와 요시하라 셰프가 손을 잡았다.

윤 셰프는 "한국과 일본의 대동소이한 식문화를 보여주기 위해 그동안 가깝게 지냈던 요시하라 셰프에게 부탁했다"며 "흔쾌히 응해줬을 뿐 아니라 음식 콘셉트를 잡는 데 다양한 아이디어도 내놓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대동소이'를 콘셉트로 이들이 선보인 것은 한국의 된장과 일본의 미소로 만든 요리였다.

윤 셰프는 "한국은 대두만으로 발효시킨 장을 많이 사용하고 일본도 대두만으로 발효시킨 아카미소(빨간 된장)가 있다"며 "발효 과정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이는 한국의 된장과 유사하다"고 말했다.

요시하라 셰프는 "일본은 대두뿐 아니라 쌀이나 보리 등을 함께 발효시켜 다양한 맛이 나는 미소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며 "반면 한국은 된장에 고춧가루와 단맛을 섞어서 고추장이라는 새로운 식재료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두 셰프는 된장과 미소가 다른 것이 아닌 비슷한 한일의 식문화를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윤 셰프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은 육수와 된장, 간장 등 유사한 식자재를 공유하면서도 각국의 개성을 담아 고유한 식문화를 발전시켰다"며 "이러한 전통에 현대적 감각을 결합해 요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11개 요리가 등장했다. 전채 격인 꼴뚜기 요리의 경우 일본은 미소로, 한국은 초고추장으로 맛을 낸 것이 특색이었다.

윤 셰프는 "일본은 재료인 꼴뚜기를 식초에 절여 맛을 냈다면, 한국은 재료가 아닌 초고추장에 단맛과 신맛을 섞어 맛을 냈다"며 "같은 형태의 요리라도 한일이 맛을 내는 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무조림에서도 맛을 내는 방식에 한일 간 차이가 보였다. 일본은 무를 다시마와 가다랑어포 육수에 졸여서 맛을 낸 뒤 미소를 소스처럼 곁들였다. 반면 한국은 멸치 육수를 바탕으로 고춧가루를 넣어 졸여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요시하라 셰프는 "일식에서는 미소를 소스의 개념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등어조림에서는 재료의 맛이 확연하게 드러났다. 한일 모두 다른 양념 없이 고등어에 된장과 미소만 넣어 졸였는데 일본이 보다 담백한 맛이라면, 한국은 구수한 느낌을 보여준 것이다. 양국 장맛이 그대로 고등어에 녹아든 것이다.

윤 셰프는 "한국과 일본은 지리적으로 가깝고 유사한 문화도 공유하고 있어서 식재료에서 비슷한 부분을 많이 볼 수 있다"며 "양국이 꾸준히 교류해 미래에는 더 다채로운 음식문화로 발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 이승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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