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창업할 수 있었던 배경엔 선배 창업자들의 ‘pay it forward’(대가를 바라지 않고 도와주는) 문화가 있었습니다. 이젠 제가 받은 도움을 후배들에게 돌려주고자 합니다.”
제12대 벤처기업협회장에 선임된 송병준 컴투스 의장(사진)은 29일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송 협회장은 서울대 전기공학부 시절 벤처기업협회 초대 회장인 변대규 휴맥스 회장의 강연을 계기로 창업동아리 ‘SNUSV’를 꾸렸다. 2000년엔 모바일게임 1세대인 게임빌(현 컴투스홀딩스)을 창업했다.
“이젠 선배 창업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벤처기업협회는 작년 12월 말 기준 회원사가 1만8074개다. 올 2월 취임한 그는 대한민국의 위기를 ‘장대비’에 비유하며 “이전과는 다른, 벤처생태계의 판을 바꿀 수 있는 혁신 정책이라는 ‘우산’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송 협회장은 “스타트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노력을 하는 걸 보며 벤처 생태계가 정말 어렵다고 느낀다”며 “스타트업이 살아남아야 혁신을 하고 국가 경제를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경제를 재설계할 기회”라며 “벤처·스타트업 육성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모험자본이 말라붙고 있다”며 ‘벤처 생태계 복원’을 첫 숙제로 꼽았다. 벤처기업에 공적자금 투자를 허용해 자금줄을 터줘야 한다는 얘기다.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액 비중은 0.26%로 이스라엘(1.72%)이나 미국(1.09%)에 비해 5분의 1 수준이다. 벤처기업협회는 법정 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5%), 공적 연기금(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등을 요청할 계획이다. 송 협회장은 “현재 12조원 규모인 벤처투자 시장을 5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송 협회장은 최근 한국 경제 성장 둔화의 배경으로 ‘재앙적인 규제’를 지목하면서 “규제 혁신이 벤처 생태계 혁신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주 52시간제가 대표적 규제로 꼽힌다. 근로시간은 노사 합의를 전제로 기업 자율에 맡기자는 제안도 했다. 자율로 정할 수 없다면 주 단위에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산정 기준을 확대해달라는 요청이다. 그는 “혁신산업 선진국을 지정하고 벤치마킹해 규제 적용 여부를 판단하자”고 제안했다.
‘기업가정신의 확산’도 중점 과제 중 하나다. 주변에서 언제든 쉽게 기업가정신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송 협회장은 “선배 창업자들의 선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예비창업가, 창업동아리와 1 대 1 연계, 경진대회, 선후배 커뮤니티 등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성공으로 이끌 수 있도록 힘을 모으겠다”고 강조했다. 협회는 판교신사옥에 기업가정신센터를 조성할 계획이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