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1970년대 제과 업계 최초의 상업용 광고(CF)와 함께 흘러나온 이 멜로디는 국내 콘아이스크림 시장의 서막을 알렸다. 1970년 4월 출시된 부라보콘은 유제품이 들어간 국내 최초의 콘아이스크림으로, 당시 도매상들이 제품을 받기 위해 공장 주변을 인산인해로 메울 만큼 시장을 선점한 원조 주인공이었다. 1980년대 김혜수·정수라·박남정, 1990년대 이상은·김흥국 등 당대의 스타 19명이 잠실 메인 스타디움에 모여 이 씨엠(CM)송을 합창한 대규모 광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부라보콘이 독주하던 시장 구도가 바뀐 것은 1986년 3월 후발주자 롯데웰푸드의 월드콘이 등장하면서부터다. 크기를 키우고 적색과 청색의 대비를 내세운 차별화 전략을 바탕으로, 월드콘은 출시 3년 차인 1988년 부라보콘을 누르고 콘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했다. 특히 콘 하단에 초콜릿을 넣어 마지막까지 디저트처럼 즐기게 한 이른바 '플라스틱 꼭지' 쪽 초콜릿은 소비자를 끝까지 붙잡으며 월드콘이 장기간 독주하는 핵심 배경이 됐다. 월드콘은 1996년 전체 아이스크림 시장 1위까지 올라섰다.
단일 제품 매출액에서는 지금도 월드콘이 부라보콘을 앞서며 판도를 주도하고 있다. 다만 개별 브랜드의 화력 대결을 넘어 제조사 간의 거대한 체급 합병이 완료되면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단일 브랜드 매출서 우위 점한 롯데웰푸드 월드콘
월드콘과 부라보콘의 매출 격차는 수치로 드러난다. 소매점 매출(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 기준)을 보면 월드콘은 2022년 연간 매출 617억원으로 전체 빙과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부라보콘은 373억원으로 6위에 머물렀다. 지난해 상반기엔 하겐다즈가 매출액 440억원으로 전체 소매점 빙과 매출 1위에 올라서면서 월드콘은 2위(412억원)가 됐고 부라보콘은 5위(265억원)를 기록했다.
월드콘은 달달하고 진한 바닐라와 초코맛을 앞세운다. 아이스크림 위에 땅콩 토핑과 초콜릿 시럽이 뿌려져 있고 속에도 조그만 초코볼이 씹힌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어갈 때쯤 콘의 밑부분에 있는 초콜릿 꼬리(플러그)도 월드콘의 '킥'이다.
월드콘은 올해 초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하고 대대적인 프로모션을 단행하며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 올해 2월 진행된 1차 프로모션에 이어 다음달 31일까지 '월드콘 먹고 손흥민 친필 사인 유니폼 받자!'라는 2차 이벤트를 진행하며 스포츠 팬덤 공략에 나섰다. 지난 4월 기준 월드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부라보콘 반격…합병으로 점유율 1위 올라선 빙그레
반면 부라보콘은 부드럽고 우유 풍미가 강한 바닐라맛을 주로 한다. 월드콘에 비하면 단맛이 덜하지만 우유맛이 좀 더 진하게 나서 부드러우며 바닐라 본연의 풍미와 깔끔한 뒷맛이 특징이다. 콘 자체의 식감도 월드콘보다 얇고 가볍다.
단일 매출액으로는 월드콘에 뒤지지만 부라보콘은 모기업 체급 변화와 전방위 마케팅을 통해 강력한 대항마로 올라섰다. 지난해 기준 빙과 시장 점유율은 월드콘의 롯데웰푸드가 40.9%로 1위, 빙그레(28.2%)와 해태아이스크림(14.6%)이 뒤를 잇는 구도였다. 하지만 빙그레가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과의 흡수합병을 올해 4월1일부로 최종 완료, 양사의 단순 합산 점유율이 42.8%로 늘어나면서 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마케팅 시장에서도 강력한 국내 야구 팬덤을 겨냥한 공세에 돌입했다. 해태아이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6 KBO 리그' 공식 스폰서십을 체결하고 부라보콘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기가 중계되는 TV와 온라인 플랫폼에 브랜드를 노출해 인지도를 높이는 한편, 올스타전과 포스트시즌 기간 경기장을 찾는 관람객을 대상으로 제품 증정 및 티켓 인증 이벤트를 진행한다.
빙과시장 축소에 '저당·저칼로리' 제품 다변화
국내 아이스크림 소매사장 규모는 2015년 2조184억 원에서 지난해 약 1조4100억 원 수준까지 감소했다. 10년 만에 시장 규모가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도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시장 둔화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주 소비층인 어린이 인구가 줄고 성인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건강을 중시하는 '헬시 플레저' 현상이 커진 영향이다. 두 업체 모두 저당·저칼로리를 중심으로 한 제품 다변화 전략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부라보콘은 지난해 알룰로스를 활용해 당 함량을 기존 대비 60% 낮추고 칼로리를 205kcal로 줄인 '부라보 바닐라라이트'를 내놨다. 월드콘 역시 기존 바닐라와 프리미엄 라인에 더해 저당 트렌드를 반영한 '월드콘 요거트'를 라인업에 추가했다. 모두 당 부담을 낮춘 신제품을 통해 건강을 중시하는 소비층 수요를 다시 이끌어내겠다는 전략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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