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현대미술관 ‘열 개의 눈’ 전시
헤드셋으로 작품설명 들을수 있고
수어로 진행하는 전시 투어도
부산현대미술관에서 5월 3일 개막한 기획전 ‘열 개의 눈’에서는 일부 작품을 만져도 된다. 손가락을 눈에 비유한 전시 제목처럼 관객은 눈 대신 손으로 작품을 만지며 감상할 수 있다. 또 헤드셋으로 작품 설명을 들을 수 있고, 수어로 진행되는 전시 투어도 마련됐다. 장애인을 포함해 고령자와 아동, 신체기능 약자 등 다양한 사회 구성원이 미술관을 경험하도록 한 전시다.
전시에 나오는 김덕희 작가의 설치작품 ‘밤의 노래’는 공중에 뜬 푸른색 원형 물체다. 그 아래 손 조각들이 놓여 있다. 마치 ‘어서 잡아 달라’는 듯한 모양의 이 조각(‘하얀 목소리’)을 만지면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는데, 조각 속에 열선을 설치해서 만들어진 효과다. 김채린 작가의 ‘하나인 27가지 목소리’는 물컹한 실리콘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조각이다. 작품을 만지면, 실리콘 마찰음이 변형된 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SEOM:(섬)’ 작가의 ‘감각을 따라 걷기’는 아예 관객이 작품 위에 놓인 실들을 만지며 걸어 다니게 한다.
평소 미술 전시를 볼 때 ‘작품을 만지면 안 된다’는 원칙에 따라 제한했던 ‘촉감’을 마음껏 발휘하는 즐거움이 있다. 기존 미술관이 시각, 청각 등 특정한 감각만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전시에선 이 밖에 시각을 잃은 후 변화된 감각 체계로 인간과 동물의 위계를 허무는 상상을 작품으로 만드는 에밀리 루이스 고시오(미국)의 설치 조각 작품, 뇌출혈 이후 왼손으로 창작 활동을 이어가는 그룹 라움콘(한국)의 ‘한 손 프로젝트’ 등이 소개된다. 만질 수 없는 다른 작품도 ‘감각 스테이션’에선 축소 모형으로 만들어 촉감을 느끼도록 했다.
이번 전시는 국내외 예술가 20명뿐만 아니라 부산맹학교 저시력 학생들, 돌봄 단체의 발달장애인과 복지사가 함께 사전 프로그램을 통해 완성했다. 미술관 지하 1층 ‘극장을숙’에서는 다큐멘터리 ‘실명에 관한 기록’과 시각장애인 미술 애호가의 문화생활을 담은 ‘눈이 보이지 않는 시라토리 씨 예술을 보러 가다’ 등이 상영된다. 9월 7일까지.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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