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추가 악화 가능성
금감원 “충당금 적립 강화”
하반기 내수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지며 3분기 은행권 부실채권 규모가 14조5000억원을 기록해 17분기(4년3개월) 만에 최대 수준으로 늘었다. 신규 부실채권이 여전히 많이 증가하고 있는데 소상공인 등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연체율도 오르고 있어 신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9월 말 국내 은행 부실채권 현황’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은행권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은 2분기에 비해 1000억원 늘어난 14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2분기(15조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되면서 회수 가능성이 낮은 부실대출을 뜻한다.
부실채권 비율은 0.53%로 전 분기(0.53%)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며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신규 부실 규모가 5조1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3000억원 줄어든 영향 때문이다. 다만 3분기부터 경기 부진이 두드러진 것을 고려하면 4분기에는 다시 증가할 공산이 있다. 신규 부실 규모는 전 분기 대비 줄었지만 전년 동기 대비로는 8000억원 늘었다.
금감원은 “연체율 상승 추세가 유지되고 있고 신규 부실채권 발생 규모도 예년 대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경기 전망을 반영해 취약 부문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충실히 적립하도록 하는 등 손실흡수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내수 부진의 골이 깊어지며 자영업자 연체 위험이 부쩍 높아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진 다중 채무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753조8000억원(2분기 기준)으로 최근 1년 새 9조9000억원 늘었다. 역대 2분기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다.
빚 돌려막기를 해도 갚지 못하는 돈 역시 크게 늘었다. 다중 채무자 연체액(13조9000억원)과 연체율(1.85%)은 모두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3분기 이후로도 다중 채무자 빚은 좀처럼 줄지 않는 것으로 추산됐다.
부실 차주는 비수도권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서울 지역 다중 채무자 비중은 지난해 21.8%에서 올해 21%로 소폭 줄었지만 경기도는 26.5%에서 27.2%로 늘었다. 경북은 3.9%에서 4%로, 경남은 5.2%에서 5.5%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