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프란치스코 교황 선종…'포용의 성직자' 떠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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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한경DB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 방한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하고 있다. 한경DB

2000년 가톨릭 역사상 가장 개혁적인 교황이라 평가 받은 프란치스코가 xx일 선종했다. 향년 88세. 프란치스코는 동성애 커플에 대한 가톨릭 사제의 축복을 승인하는 등 소수자를 포용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4년 방한해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위로하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었다.

동성애자 등 소수자 보듬어

프란치스코는 1936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이탈리아 출신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성요셉 신학교에서 공부해 사제서품을 받고 2001년 추기경에 서임됐다. 2005~2011년 아르헨티나 주교회의 의장을 지냈다.

베네딕토 16세가 2013년 건강상의 이유로 교황직에서 스스로 물러나자 같은해 프란치스코가 266대 교황에 선출됐다. 프란치스코가 교황에 오르자 언론들은 그가 기록한 각종 '최초' 타이틀에 주목했다. 프란치스코는 첫 아메리카대륙 출신 교황이자 첫 예수회 출신 교황, 프란치스코란 이름을 사용한 최초의 교황이었다. 시리아 출신인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기도 했다.

취임 후 그의 행보 역시 '최초'의 연속이었다. 프란치스코는 2013년 로마 인근 소년원에서 소년원생 12명의 발을 씻겨주는 세족식을 진행했다. 그들 중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무슬림이 포함돼 있었다. 가톨릭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던 세족식 관습을 깬 것이었다.

같은해 방송 기자회견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포용적 시각을 드러냈다. 프란치스코는 "동성애자가 선한 의지로 신을 찾는다면 누가 그를 심판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가톨릭 내 보수세력은 동성애를 금지하는 교리와 배치된다며 프란치스코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는 가톨릭 사제가 동성애 커플을 축복할 수 있게 허용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여성을 처음으로 교황청 장관에 임명하기도 했다. 낙태, 재혼자에 대한 성체성사 허용, 성직자의 독신 의무 등에 대해서도 진보적 입장을 밝혔다.

한국과도 인연

프란치스코는 2014년 8월 한국을 방문했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4개월 뒤였다. 교황이 방한한 것은 1989년 요한 바오로 2세 이후 25년 만이었다.

프란치스코는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 등을 직접 면담했다. 그는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 모든 한국 사람들이 슬픔 속에 하나가 됐다"며 "공동선을 위해 연대하고 협력하는 그들의 헌신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일부 유가족에게는 직접 세례를 하기도 했다.

프란치스코는 최근까지도 약자의 인권을 수호하기 위해 목소리를 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진행 중인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을 두고서는 "어린이들을 해치는 것은 잔학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프란치스코는 올 2월 초부터 기관지염을 앓다 같은달 14일 병원에 입원했다. 폐렴 진단을 받은 그는 한때 증세가 호전되는 듯 했지만 최근 다시 병세가 악화했고, 이날 영면했다. 프란치스코는 자서전 <나의 인생>을 통해 생전 이렇게 말했다. "사는 법을 배우려면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사랑함으로써 우리는 우리를 가로막고 있는 커다란 장벽을 허물고, 갈등을 극복하며, 무관심과 증오를 물리칠 수 있습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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