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역학 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야기는 에르빈 슈뢰딩거의 살았다고도 죽었다고도 말할 수 없는 고양이다. 이 고양이는 창문 없는 상자에 갇혀 있다. 상자 안에는 방사성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이 붕괴하면 이를 감지한 장치가 망치를 작동시키고 독극물이 담긴 병이 깨지면서 고양이는 죽는다. 방사능이 감지되지 않으면 고양이는 죽지 않는다. 누군가가 상자를 열어 확인하기 전까지 이 고양이는 살지도 죽지도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는, 참으로 기이한 양자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슈뢰딩거가 활동하던 시절, 닐스 보어와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는 그 고양이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태야말로 자연의 근본적인 특징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아인슈타인과 같은 이들은 자연이 살았든지 죽었든지 둘 중 하나이지, 둘 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슈뢰딩거가 애초 양자역학을 무너뜨리려고 고안한 고양이 이야기는 역설적이게도 이제는 그 이론을 가르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하는 비유로 남았다. 양자역학의 핵심은 입자가 '중첩' 상태로 존재하면서 서로 반대되는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 양자역학이 탄생한 지 100주년을 맞이했다. 1905년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 이론을 정식화하고 나서 1925~1926년 양자역학이 대두되기까지 고작 20년이 걸렸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물리학 교수이자 과학사 교수인 데이비드 카이저는 신간 '양자역학의 역사'를 통해 양자역학이 어디서 왔는지, 무엇인지, 어디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 알기 쉽게 설명한다. 12만5000명에 달하는 인력이 투입된 '맨해튼 프로젝트'와 히로시마 원자폭탄, 2013년 '신의 입자'로 알려진 힉스 보손 등의 기본 입자와 세 가지 근본 힘을 설명하는 표준 모형, 고전적인 시공간의 개념이 무너지는 블랙홀을 예측한 펜로즈·호킹 특이점 정리, 인플레이션 우주론 등도 폭넓게 소개한다.
양자컴퓨터와 양자암호 등이 차세대 핵심 기술로 거론되며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다. 과학의 역사적 맥락도 곁들인 이 책은 양자역학 초보자를 위한 길라잡이로 손색이 없다.
[이향휘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