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제철이 미국 US스틸 인수를 완료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등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18일 US스틸 인수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마치고 인수 비용 141억달러(약 19조4000억원) 납입을 마쳤다. 이로써 2023년 12월 US스틸 인수를 발표한 이후 1년6개월 만에 관련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주식을 주당 55달러에 전량 취득하면서 US스틸은 이날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됐다. US스틸은 일본제철의 미국 뉴욕주 법인 산하로 편입된다. 인수 계획을 총괄해온 모리 다카히로 일본제철 부회장 겸 부사장이 US스틸 이사회 의장을 겸임하게 된다.
19일 하시모토 에이지 일본제철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인수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영단”이라며 “일본제철에 의한 새로운 US스틸의 경영이 이제 막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한번 (일본제철이)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되찾겠다는 그런 비전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제철은 이번 인수와 관련해 미국의 안전 보장을 하면서 경영의 자유와 채산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미국 정부와 인수 조건으로 체결한 ‘국가안보 협정’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일본제철에 이사회 구성원 한 명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과 경영상 중요 사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부여받는다. 또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등 주요 경영진을 미국 국적자로 구성한다는 조건도 명시됐다.
황금주 부여는 US스틸 매각을 꺼렸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게 된 ‘결정타’로 알려졌다.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이번 거래를 “역사적 합의”라고 평가하면서도 황금주가 “미국의 국가 및 경제 안보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 황금주를 통해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소재 US스틸 본사 이전, 회사 명칭 변경, 일본제철의 US스틸에 대한 140억달러(약 19조2000억원) 투자 감축·철회·연기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 내 생산시설·고용의 국외 이전, 설비 보수 등 일반적 가동 중단을 제외한 공장 폐쇄·정지 등도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US스틸은 기존 사명과 본사, 생산 체제도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난항을 겪던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기업들이 미국 정부에 이례적으로 많은 권한을 양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외국인투자의 국가안보 위험을 심사하는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의 승인을 얻기 위한 황금주 부여는 향후 해외 투자자들이 미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꺼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국가안보 전문 변호사 말을 인용해 “황금주의 상징성은 국가안보 심사에서 정치적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는 인식을 남겼다”고 지적했다.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로 미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발판을 마련했지만, 미국정부가 가진 황금주가 경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한편, 닛케이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통해 미국 내 대규모 생산거점을 확보해 현지에서 제조한 고급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며 “향후 관건은 막대한 투자에 상응하는 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지 여부”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