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영은 기자] 한국은행이 원화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허용되면 한은이 인가 단계부터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 확보와 글로벌 규제 흐름에 맞춘 종합적 규제 체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은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의 경우 도입 단계부터 중앙은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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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챗GPT) |
“원화 스테이블코인, 허용 여부부터 한은이 검토해야”
12일 한은에 따르면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지난 9일 한은 별관에서 열린 한국금융법학회 학술대회에 토론자로 참석해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 금융안정, 지급결제 등 중앙은행의 정책 수행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법화 사용이 줄고 은행 예금이 감소하면 중앙은행 통화 정책이 전파되는 경로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외부 충격으로 대규모 환매 요청이 몰릴 경우 준비자산인 국채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고 팀장은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자 진입 규제와 관련해 인가 단계에서 중앙은행에 실질적인 법적 권한이 부여될 필요가 있다”며 “법제화 설계부터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지털 지급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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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김일환 기자) |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 5일 밀라노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스테이블코인 중에서 다른 자산을 기초로 하는 건 금융위원회가 하는 것이고, 한은이 관심 갖고 있는 건 원화나 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며 “화폐 대체재가 되기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표시 로컬 스테이블코인 문제는 우선 허용할 것인지부터 한은이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정책과 금융 안정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만큼, 다른 가상 자산과 별도로 중앙은행인 한은이 정부의 스테이블 코인 규제 입법에 적극 의견을 내겠단 방침이다.
이용자 보호 등 ‘제도적 틀’ 마련 필요성 ↑
금융당국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가상자산 시장의 규모 확대에 따라 이용자 보호와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국내 도입에 대비한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추진 중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자에 대한 준비자산 관리 의무, 이용자 상환청구권 보장 등 국제 규제 흐름에 부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최근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만들어놔야 국부 유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경제학회는 한국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과 함께 13일 ‘자본시장 활성화와 금융안정’ 컨퍼런스를 열고 CBDC와 스테이블코인이 통화제도에 미치는 영향과 제도화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정두 한국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및 유통 규모가 증가하면서 이에 대한 제도보완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기존의 가상자산과 차별화되는 요소인 가치안정성과 환급가능성에 대한 약속 이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할 예정이다. 김영식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발표문에서 “법정화폐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이 디지털 경제의 새로운 민간화폐로 부상하며 통화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CBDC가 디지털 통화제도의 기준(anchor) 역할을 수행하고, 은행 발행 스테이블코인이나 예금토큰이 이를 보완하는 디지털 이중통화제도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