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성 우려에 … 더존비즈온 '제4 인뱅' 결국 포기

8 hours ago 4

제4 인터넷은행 ‘더존뱅크’ 설립을 추진해온 더존비즈온이 인터넷은행 설립 계획을 철회했다. 인터넷은행의 성장 여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금융당국이 요구한 인가 조건이 까다롭다는 부분이 철회의 원인이 된 것으로 업계에선 보고 있다. 더존뱅크의 중도 포기로 제4 인터넷은행 설립 경쟁은 한국소호은행과 U뱅크 컨소시엄 2파전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휴사 확보 못한 더존뱅크

더존비즈온은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17일 발표했다. 더존비즈온은 국내 1위 전사적 자원관리(ERP) 업체다. ERP 서비스로 보유한 기업 데이터를 활용해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했지만, 이날 포기를 선언했다. 더존비즈온은 “단기적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는 신규 사업 추진보다 기존 비즈니스 솔루션의 강점을 극대화하면서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결합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재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경기 침체 속에서 정부가 제4 인터넷은행 인가 조건으로 내세운 사회적 책임 등을 이행하기 어려운 점이 더존비즈온의 계획 철회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심사 기준을 통해 비수도권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충분한 자금 공급 계획을 평가해 제4 인터넷은행 인가를 내주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또 앞서 출범한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보다 우수한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요구했다.

정부 요건을 이행하기 위해선 자금력과 함께 우수한 지방 중소기업을 가려낼 기술력과 데이터를 보유한 정보기술(IT) 기업이 필요했지만, 더존뱅크는 충분한 제휴사를 확보하지 못했다. 더존비즈온과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함께 추진해온 신한은행마저 더존뱅크 참여를 확정짓지 않고 있었다.

◇제4 인뱅 경쟁 2파전 양상

더존뱅크를 제외하고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인 컨소시엄은 한국소호은행, U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포도뱅크 등 다섯 곳이다. 이 중 자금력과 신용평가모형 개발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 곳은 한국소호은행과 U뱅크가 꼽힌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을 이끄는 한국신용데이터(KCD)는 전국 170만 명의 소상공인이 사용하는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소상공인의 경영 상황을 24시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캐시노트의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소상공인 특화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엔 농협은행과 우리은행, 우리카드, 유진투자증권 등이 참여를 확정했다.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중 1금융권(은행) 참여가 확정된 곳은 한국소호은행이 유일하다. 금융사를 네 곳이나 확보한 만큼 자금력에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KCD의 데이터가 소상공인에게 집중돼 일반 소비자 대상 신용평가모형 구축 능력에선 의구심을 받고 있다. 소상공인에게 특화하면 경기 침체에 취약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U뱅크는 온라인투자연계(P2P) 플랫폼인 렌딧과 현대해상, 트래블월렛 등이 참여한 컨소시엄이다. 최근 네이버클라우드를 참여사로 확보해 혁신적 대안신용평가 모형을 개발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은행을 제휴사로 확보하지 못해 자금조달 능력에서 우려가 나온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리더십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두 컨소시엄은 오는 25~26일 제4 인터넷은행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을 앞두고 제휴사를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하나은행이 제4 인터넷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