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새 아파트가 ‘3.3㎡(공급면적)당 8000만원대’에 나올 예정이다. 땅값과 공사비가 뛰고, 조달 금리가 높게 유지된 영향이다. 새 아파트 몸값 상승세가 강남권뿐만 아니라 과천, 성남 등 경기도로 확산하는 등 분양가 고삐가 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11일 1순위 청약을 받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트리니원’ 분양가가 3.3㎡당 8484만원으로 책정됐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은 단지 중 역대 최고가다.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는 통상 주변 시세의 70% 수준에 공급된다. 땅값과 주변 집값이 급등한 데다 공사비가 치솟은 게 분양가 상승 배경으로 꼽힌다. 2021년 3.3㎡당 5668만원에 공급된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는 최근 1년간 평균 매매가격이 3.3㎡당 1억6600만원에 달한다. 3기 신도시(성남 분당) 리모델링 단지인 ‘더샵 분당티에르원’은 최근 분양가를 이 지역 최고가인 3.3㎡당 7169만원으로 책정했다.
분양가가 치솟은 것은 고가 단지 밀집 지역만이 아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 서울 민간 아파트 3.3㎡당 평균 분양가는 4547만원이었다. 2년 전(3200만원)보다 42.1%(1347만원) 뛰었다.
높은 분양가에도 서울 인기 단지는 ‘완판’(100% 판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공급절벽에 ‘집값은 지금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져서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한때 고분양가 논란이 있던 단지도 지금 돌아보면 싼 편이었다는 인식이어서 핵심지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반포래미안 트리니원 8484만원…역대 최고
서울 1년새 분양가 17.7% 뛰어…은평·동대문 4000만원대 '뉴노멀'
이번주 청약 예정인 경기 성남 분당 ‘더샵분당티에르원’(873가구)의 3.3㎡당 분양가(공급면적 기준)는 7000만원(평균 7169만원)을 넘었다. 전용면적 84㎡는 최고 26억8400만원에 달한다. 올해 분당 전용 84㎡ 최고 실거래가(26억2000만원·봇들마을8단지)보다 높은 금액이다. 분양가상한제에 눌려 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트리니원’(최고 27억4900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분양가 급등세가 수년째 이어지며 서울 강남권뿐 아니라 성남·과천 등 경기 주요 도시에서도 공급면적 3.3㎡당 7000만원대 분양 단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강북권에서도 4000만원대가 ‘뉴노멀’이 됐다. 자재값과 금융비용 인상으로 공사 원가가 뛴 데다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청약 수요가 몰리면서 분양가 고삐가 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남·과천, 분양가 7000만원 시대
9일 직방에 따르면 반포래미안 트리니원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8484만원이다. 전용 59㎡는 18억4900만~21억3100만원에, 전용 84㎡는 26억3700만~27억4900만원에 공급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 중 역대 최고가다. 직전 기록은 작년 9월 강남구 청담동에서 분양한 ‘청담르엘’(7209만원)이었다. 단지 규모와 입지 차이가 있긴 하지만 1년 새 분양가가 17.7%(3.3㎡당 1275만원) 뛰었다.
가격 캡(상한선)이 씌워지는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와 용산은 사정이 그나마 낫다. 상한제 허들이 없는 비강남권에서 강남권보다 비싼 가격에 분양이 이뤄지는 사례가 최근 늘고 있다. 더샵분당티에르원(7169만원)뿐 아니라 ‘디에이치아델스타’(7075만원·경기 과천), ‘오티에르포레’(7752만원·서울 성동구) 등 ‘준강남’ 지역 분양 단지가 대표적이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 최고가 경신이 잇따르고 있다. 이달 광명뉴타운에서 공급하는 ‘힐스테이트광명11’의 분양가는 3.3㎡당 4500만원으로 정해졌다. 두 달 전 ‘철산역자이’(4250만원)의 광명 최고가 타이틀을 빼앗았다. 2023년 12월 ‘광명자이힐스테이트SK뷰’가 3.3㎡당 3542만원에 분양한 걸 고려하면 2년 새 27.0% 뛴 셈이다. 서울 은평과 동대문 등 강북 지역 분양단지 몸값도 4000만원대에 형성돼 있다.
◇‘FOMO’가 끌어올리는 분양가
분양가가 고공행진하는 것은 아파트를 짓는 원가가 상승한 영향이 크다. 2021년 6월 분양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전용 59㎡ 대지비는 약 10억원이었다. 인근 반포래미안트리니원의 같은 면적 대지비는 15억~17억원 선이다. 4년5개월 새 상승률이 50%를 웃돈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으로 금융비용이 오르면서 땅값이 급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건축비도 오름세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9월 주거용건물의 건설공사비 지수는 130.34로, 4년 전(114.76)에 비해 13.6% 뛰었다. 주거환경연구원이 계산한 서울 재건축·재개발 평균 공사비는 2023년 3.3㎡당 750만원에서 작년 842만원으로 올랐다. 올해 들어 압구정2구역, 여의도대교 등의 3.3㎡당 공사비는 1000만원을 넘었다.
서울 공급의 중심축인 재건축 조합이 계속 가격을 높이는 것도 한 요인이다. 고분양가 논란이 일더라도 공급 절벽에 대한 우려로 결국 ‘완판’(100% 계약)된다는 걸 학습했기 때문이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공급 부족과 전·월세난 심화 속에 ‘포모(FOMO·소외 공포)’ 현상이 분양가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며 “3기 신도시 대규모 공급이 분양가 오름세를 진정시킬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인혁/임근호 기자 twopeople@hankyung.com

4 hours ago
1






![[분양 NOW] 강남생활권 복정역에 '분상제 알짜' 아파트](https://pimg.mk.co.kr/news/cms/202511/10/20251110_01110123000001_L00.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