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꺾고 글로벌 1등 반도체 등극
초고속 성장 한편에 ‘무노조’ 효과
이젠 노조 투쟁에 첨단팹 인질 돼
과거 민첩성 불가능해진 삼성의 뉴노멀
삼성전자가 세계 1위 종합반도체 기업 인텔을 제친 건 2017년이다. 글로벌 점유율 14.6%를 찍으며 인텔(13.8%)을 사상 처음으로 추월했다. 1983년 대규모 반도체 투자에 뛰어든 뒤 34년만에 거둔 결실이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이 성장 비결 중 하나로 삼성의 무노조 경영을 꼽았다. 신 교수는 반도체 업종이 빠른 기술 변화 속성과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기 때문에 조직의 유연성과 통합성이 생명이라고 일갈한다. 일일이 노조와 상의하고 합의해 결정하면 유연성과 시간 모두 손상당한다는 지적이다. 노조가 없는 대신 회사는 근로자들에게 최고 회사라는 자긍심과 업계 최고 대우로 보답했다는 평가다.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논쟁이 특정 기업을 넘어 우리 사회를 불안과 긴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오는 21일로 예고된 반도체 총파업을 막기 위해 정부가 이례적으로 중재에 나섰지만, 노사 간 틈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기자는 성과급 논쟁을 지켜보며 삼성전자가 맞닥뜨린 근본적인 물음에 주목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바라보는 삼성전자가 과거 기억하는 ‘민첩성’과 ‘초격차’ 역량을 유지할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올해 성과급 논쟁이 어렵사리 봉합되더라도 문제는 내년,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반복될 것이다. 성과급 설계를 둘러싼 불만과 갈등이 삼성 내부의 다양한 사업 조직에서 불거지며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될 것이다. 삼성 경영진의 미래 투자 결정부터 자본시장에서 주식 가치 변동으로 주주들의 편두통을 일으킬 뇌관이다.
삼성의 성과급 논쟁은 노동과 자본의 충돌이라는 과거의 노사 갈등 범주를 넘어섰다는 점에서도 한 기업을 넘어 한국 사회의 민감한 급소를 건드렸다. 상대적 박탈감과 원칙 없는 보상 심리 버튼이 활성화됐다.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서 호황을 즐기는 반도체 사업부와 다른 사업부 간 노노(勞勞) 갈등이 터졌다. 여느 기업에서 볼 수 없었던 진풍경으로, ‘삼성(전자 말고) 후자’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기자는 이 내부 갈등이 당장 45조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느냐보다 삼성전자의 미래 경쟁력을 뒤흔들 중대한 과제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타 대기업과 업종으로 “영업이익의 몇 %를 성과급으로 보장하라”는 이른바 ‘N%’ 논쟁도 불거졌다.
얼마 전 한 반도체 회사 직원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인생이 달다”는 표현이 화제가 됐다. 누군가에겐 달콤한 보상이 다른 이에겐 박탈로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에서 이런 불편함을 느끼는 층위엔 고용계약서로 규정되지 않는 주주, 협력사, 지역사회, 정부가 엮여 있다.
삼성전자 성과급 논쟁은 회사가 잘 되면 나도 성장한다는 믿음이 과거의 유물이 됐음을 알리는 상징적 사건으로 봐야 할 것 같다.
노조의 성과급 요구에 이런 멘털리티를 주입할 뜻은 없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당부하고 싶다. 지금의 성과가 구성원 개인의 성과인지, 업황이 가져다준 우연의 산물인지, 그리고 후자라면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으로 떼어달라는 주장은 타당한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경영진에도 당부한다. 노조 요구를 수용한다면 앞으로 한국 산업계의 성과급 논쟁은 ‘영업이익의 N%’를 기본값으로 삼는 새로운 지옥문이 열린다. 성과급 논쟁을 ‘미래를 파괴하는 돈 잔치’(송호근 한림대 석좌교수) 등으로 일갈하는 어른들의 통찰에 노사 모두가 귀를 기울이고 합의를 도모했으면 한다.
부디 몇 년 뒤 삼성전자 노사가 “그때 성과급을 투자에 썼더라면”이라고 뒤늦은 반성문을 쓰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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