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가 제시한 조정안을 거부했다.”(노조)
“노조의 과도한 요구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회사)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협상이 지난 18일부터 사흘에 걸친 중앙노동위원회의 중재에도 20일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갔다. 전날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문제에 관해 이견을 좁히며 극적 타결의 불씨를 살리는 듯했으나 ‘적자 사업부 성과급 배분’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넘지 못하고 좌초했다. 노조는 예정대로 21일 총파업 강행을 선언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의 셧다운 위기가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는 긴급조정권 발동 카드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 ‘적자 사업부’도 인당 4억원
이번 협상의 판이 깨진 결정적 사유는 성과급(OPI) 배분을 둘러싼 노사 간의 극명한 시각차였다. 노조는 전체 성과급 재원인 영업이익의 15%에서 70%는 반도체 전 부문(7만8000명)에 똑같이 나눠주고, 나머지 30%는 각 사업부(메모리, 시스템LSI, 파운드리) 실적에 따라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했다. 이 계산(영업이익 250조원 기준)대로 하면 흑자 부서인 메모리 사업부는 1인당 5억6000만원을 받는다. 문제는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 중인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사업부 직원도 1인당 3억4000만원의 성과급을 받게 된다는 점이다. 적자 부서조차 흑자 부서의 60%가 넘는 금액을 보장받는 셈이다. 올해 예상 영업이익이 300조원 이상에 달하면 적자 사업부의 성과급 역시 4억원을 넘어선다.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부는 올해도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 측은 이에 대해 “적자는 시황과 경영진의 전략 실패 탓이지 밤낮없이 연구·생산에 매진한 노동자의 잘못이 아닌 만큼 전사적 기여도를 인정해 적자 부서에도 합당한 보상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측은 ‘성과주의 원칙의 전면 훼손’이라며 강력 반대했다. 사측은 “회사가 성과급 규모와 내용 대부분을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노조는 적자 사업부에도 사회적으로 용납하기 어려운 규모의 보상을 하라는 요구를 굽히지 않았다”며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회사 경영의 기본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원칙을 포기할 경우 우리 회사뿐 아니라 다른 기업과 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협상의 또 다른 걸림돌이던 OPI 상한선(연봉의 50%) 조정 문제는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고, 3년 시한으로 특별보상을 더 하는 방식으로 성과급을 제도화하는 절충점을 찾았다.
이대로 타결되지 않으면 삼성전자는 창사 이후 가장 강도 높은 파업에 휩싸일 전망이다. 24시간 돌아가야 하는 반도체 공정 특성상 교대 근무 공백이나 미세 공정 제어에 하루만 차질이 생겨도 수천억원의 직간접적 손실이 발생한다. 글로벌 공급망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 노동부, 중재 동시에 긴급조정 저울질
정부도 이날 긴박하게 움직였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4시부터 경기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사 간 협상 타결을 위해 재차 중재에 나섰다. 이와 동시에 긴급조정권 발동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 검토에 들어갔다. 파업 첫날 공정률 저하나 인력 공백에 따른 구체적인 피해 수치가 확인되는 즉시 긴급조정을 발동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긴급조정이 발동되면 2005년 12월 대한항공 파업 이후 21년 만이다. 긴급조정은 공익사업이나 국민 경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을 때 고용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최후의 법적 수단이다. 발동 즉시 노조의 파업은 30일간 전면 중지되며 중노위가 구속력 있는 중재안을 내놓게 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긴급조정을 발동하더라도 실질적인 파업 피해를 완전히 막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노조원들이 연차휴가 활용, 태업, 준법투쟁 등으로 우회적인 집단행동을 펼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에 따르면 사내 메신저에서 대화명을 ‘파업 참여’로 변경해 참여 의사를 밝힌 DS부문 직원(임원 및 관리자 제외)만 약 5만2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채연/곽용희/세종·수원=원종환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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