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게이츠 낙마' 자리에
탄핵방어 본디 곧바로 지명
'충성파' 인사스타일 제동
국방장관 등 자질논란 확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기 행정부의 법무장관으로 지명했던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이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면서 21일(현지시간) 전격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대체할 법무장관 지명자로 베테랑 검사 출신인 측근 팸 본디 전 플로리다 법무장관을 지명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에서 낙마한 게이츠 전 의원을 대신해 20년 가까이 검사로 재직한 본디를 지명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은 본디 지명자가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마약류 밀거래를 단속하고, 펜타닐 남용에 따른 사망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당파적인 법무부가 오랜 기간 나와 다른 공화당원들을 상대로 한 무기가 되어왔는데, 더 이상은 그러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본디 지명자는 2011~2019년 여성으로는 처음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을 지낸 뒤 2020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첫 탄핵(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이 추진됐을 때 변호팀 일원으로 일했다. 또 트럼프 당선인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충성파'로 꼽힌다. 올해 대선을 앞두고는 친트럼프 싱크탱크인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연구소'의 법률팀을 이끌었다.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3일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측근 게이츠 전 의원은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 등으로 논란을 빚은 끝에 이날 사퇴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후 게이츠 전 의원에 대해서는 과거 미성년자 성매수와 마약 남용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왔다. 그는 의원 시절 성매수와 마약 사용 의혹으로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를 받았으며, 법무장관에 지명되자 지난 13일 곧바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를 두고 하원 윤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공개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후 그가 두 명의 여성에게 성관계의 대가 등으로 1만달러 이상을 송금했다는 보도 등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 확대됐고, 공화당과 민주당은 하원 윤리위 조사 보고서 공개 여부를 두고 갈등을 빚은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이 게이츠 전 의원의 지명을 밀어붙였고, J D 밴스 부통령 당선인이 의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했음에도 바로 다음날 사퇴를 단행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다만 분명한 것은 논란이 일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의 다른 인선에도 이것이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게이츠 전 의원의 낙마가 트럼프 당선인에게 맞설 수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화당 소속 상원을 완전 장악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사한 셈이다. 게이츠 전 의원 인준에 반대한 것은 상원의원 4명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은 트럼프 당선인과 자주 충돌했던 미치 매코널 의원으로 전해졌다.
공화당 의원 4명만 확보하면 트럼프 당선인에게 맞설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만큼 논란이 되고 있는 다른 인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지명자, 린다 맥맨 교육부 장관 지명자,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등에 대한 자질 논란이 꼬리를 물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번 게이츠 전 의원의 낙마가 트럼프 당선인의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였다는 해석도 있다. 스토킹 호스는 사냥에서 유래한 말로, 사냥꾼이 말 혹은 말 모양 형상 뒤에 숨어 사냥감을 추적하는 것을 말한다. 진짜 목적을 숨기기 위한 위장전술이라는 뜻이다. WP는 트럼프 당선인이 처음 게이츠 전 의원을 지명했을 때 그를 법무장관으로 임명하려던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설이 많았다고 보도했다. 차기 법무장관 후보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을 더 수용할 수 있는 인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게이츠 전 의원이라는 후보를 제시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