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백악관 복귀를 앞두고 중국이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무비자 입국 조치를 확대·재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22일 한국 등 29개국에 적용 중인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을 현행 15일에서 30일로 늘리고, 일본 등 9개국을 무비자 대상에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상호 비자면제협정 없이 일방적으로 외국 여행객을 맞아들이는 ‘일방적 비자 면제’ 조치의 대상국과 기간을 더 확대한 것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외교 환경을 유리하게 조성하려는 노력의 하나로 풀이된다. 집권 1기 시절 중국을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국가로 규정하고 전방위 압박을 가했던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중국 상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2기 행정부에서 대중 강경파들을 요직에 기용하며 한층 강한 압박을 예고했다.
이처럼 미·중 관계가 더 험난해질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에서 중국은 그간 갈등을 빚던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킬 필요성이 커졌고, 트럼프 2기의 불확실성에 불안해하는 미국의 동맹국을 향해 자국 입국 문턱을 일방적으로 낮추는 비자 면제 카드로 우호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일방적 비자 면제 대상국에 독일·프랑스·이탈리아·네덜란드·스페인 등 유럽 국가와 호주, 뉴질랜드, 한국, 일본을 차례로 포함했다. 이 가운데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은 한미일 3각 협의체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 등 미국 중심의 중국 견제 네트워크 참여국들이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중국의 일본인 단기 비자 면제 조치 발표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중 관계가 한층 악화할 우려가 크다고 보고 일본을 중국 편으로 포섭할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