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년만 기업가치 3000억...아프리카 '웹3 개척자' 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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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년만 기업가치 3000억...아프리카 '웹3 개척자' 잠보

아프리카의 금융 인프라는 열악하다. 콩고의 웹3 스타트업 '잠보'를 설립한 제임스 장(James Zhang) 최고경영자(CEO, 사진)가 이 열악함을 체감한 건 10대 때다.

"당시 콩고 은행에서 가나에 사는 친구에게 돈을 보내려 했어요. 그때 제가 경험한 건 세가지입니다. 긴 줄, 높은 수수료, 끝없는 지연."

장 CEO는 23일 블루밍비트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다른 나라로 송금하는 일이 이렇게 어려우면 안된다고 생각했다"며 "이때부터 기존 금융 시스템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2021년 잠보 설립

그는 미국에서 '대안'을 찾았다. 유학을 간 뉴욕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할 때다. 장 CEO는 "한 강의에서 우연히 비트코인(BTC)에 대해 배웠다"며 "이 강의가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고 졸업할 때쯤 가상자산의 미래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그는 4년간 가상자산 기반 펀드를 운영했다. 하지만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장 CEO는 "가상자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아프리카의 금융 인프라를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라며 "(투자만으로는) 가상자산의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장 CEO가 2021년 모국인 콩고에서 잠보를 설립한 배경이다. 그는 다른 웹3 스타트업과 달리 하드웨어(HW)에 주목했다. 장 CEO는 "가상자산 온보딩에 걸림돌이 되는 건 기본적으로 이 분야가 복잡하고 사용자 친화적인 도구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소프트웨어(SW)를 개발하는 것보다 접근성이 높은 모바일 기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설립 1년만 기업가치 2억弗

잠보는 2022년 3000만달러(약 4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가상자산 벤처캐피탈(VC) 패러다임이 주도한 잠보의 시리즈A 투자에는 해시드, 델피벤처스, 판테라캐피탈 등 굵직한 투자사들이 참여했다. 당시 평가 받은 기업가치는 2억달러(약 3000억원). 회사를 세운지 약 1년만의 성과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건 신흥시장의 잠재력이다. 특히 아프리카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게 장 CEO의 설명이다. 실제 14억명에 달하는 아프리카 인구의 75%는 35세 미만 청년층이다. 그만큼 웹3, 블록체인 등 신기술 중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장 CEO는 "아프리카는 전 세계에서 청년층 비중이 가장 높은 대륙이고 (인구의) 약 50%가 은행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10년간 아프리카의 모바일 기기 사용률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도 중요한 대목"이라고 했다.

인플레이션 등 화폐 불안정성으로 가상자산을 '물가 헷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 CEO는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 물가 상승률이 높은 국가에서는 가상자산이 생계 유지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투자자들은) 신흥시장 내 가상자산의 실질적인 필요성에 공감했다"고 말했다.

설립 1년만 기업가치 3000억...아프리카 '웹3 개척자' 잠보

잠보는 투자금을 활용해 지난해 웹3 스마트폰 '잠보폰'을 출시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 앱토스와 협력해 사용성을 높였다. 월렛 등 가상자산 거래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들이 기본 탑재돼 있고,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AI)인 '잠보GPT' 서비스도 제공한다.

가격은 99달러(약 14만원). 솔라나 시커(500달러) 등 경쟁사 제품보다 절반 이상 저렴하다. 장 CEO는 "(낮은 가격은)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의 블록체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며 "중국에 대규모 공급망을 확보해 하드웨어 가격을 낮췄다"고 밝혔다.

성과는 이미 가시화됐다. 잠보폰은 출시 1년만인 이달 기준 128개국에서 71만대가 넘게 팔렸다. 이같은 매출 실적에 힘입어 잠보는 케냐, 가나,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6개국에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장 CEO는 "스마트폰 보급률과 은행 활용도가 비교적 낮은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가 잠보의 타겟 시장"이라며 "향후 2~3년간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여러 국가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온체인 삼성'이 목표"

잠보폰 중심의 가상자산 생태계 '확장 공사'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우선 잠보는 온체인 서비스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해 말 미국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베이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잠보는 전날(22일) 자체 토큰 잠보(J)를 발행하기도 했다. 잠보 토큰은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OKX에 상장됐다.

장 CEO는 잠보의 비전으로 '확산(Distribution)'을 꼽았다. 그는 "잠보의 타겟층은 가상자산이 필요하지만 가상자산에 익숙하지 않은 신흥시장의 잠재 고객"이라며 "잠보폰을 통해 이들을 가상자산 생태계에 온보딩시키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거대한 시장을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잠보가 '온체인 삼성'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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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 블루밍비트 기자 gilson@bloomingbit.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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