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머물러 기소 못해
9월 인천공항에서 체포
“살인 고의 없다” 주장
2000년 우루과이에서 총을 쏴 선원을 살해해 현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받은 80대가 24년 만에 한국에서도 재판받게 됐다. 해당 피의자는 사건 이후 18차례나 국내를 찾았는데도 별다른 수사를 받지 않다가 지난 9월 체포됐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80대)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2000년 11월 27일 자신이 운영하던 우루과이 한 식당에서 B씨 등 다른 선원 일행과 다투던 중 집단 폭행을 당했다. 화가 난 A씨는 차에 있던 권총을 가져와 B씨를 쏘려고 했으나 이를 말리던 다른 선원에게 총이 발사됐다. 총을 맞은 선원은 과다출혈로 숨졌다.
A씨는 당시 이 사건으로 우루과이 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선원의 사망 사실을 알게 된 선사 측은 국내 해경에 A씨를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해경은 A씨가 주로 외국에 머물러 기소하지 못하다가 지난 9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던 A씨를 붙잡았다.
사건 이후 A씨는 18차례 한국을 찾았다. 그렇지만 지금껏 피의자 소환 등 달리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다 지난 9월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던 중 부산해경에 체포돼 구속 송치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달 11일 그를 기소했다. A씨 측은 재판에서 “위협을 느껴 겁을 주기 위해 권총을 꺼냈을 뿐 실수로 총이 격발됐다”며 “살인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 측은 이미 우루과이 현지 법원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현지 법원은 살인이 아닌 과실치사로 봤다는 뜻이다. A씨가 국내 법원에서 살인 혐의로 형량이 선고될 경우 외국에서 받은 형량이 차감되거나 고려된다. 재판부는 검찰과 A씨 측에 판결문, 범죄경력 등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