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다. 경기 때 선수처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2일 잠실 LG 트윈스전을 앞둔 최정(SSG랜더스)의 말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엄살’이었다.
이숭용 감독이 이끄는 SSG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원정경기에서 염경엽 감독의 LG를 2-1로 격파했다. 이로써 2연승을 달린 SSG는 15승 1무 15패를 기록, 5할 승률을 맞췄다.
개막 전 당한 햄스트링 부상을 털어내고 이날 1군 엔트리에 복귀한 최정의 활약이 눈부신 일전이었다.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결정적인 순간 장타력을 폭발시키며 SSG 승리에 앞장섰다.
사실 경기 전에는 걱정도 많았다. 최정은 이번 LG전을 앞두고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이 된다. 생각보다 긴장은 안 되는데 걱정이 많다. 경기 때 선수처럼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공도 못 맞히고, 공 지나간 뒤 스윙하고 그럴까 봐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이는 기우였다. 최정은 1회초부터 진가를 드러냈다. 김성현의 유격수 방면 내야 안타로 연결된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투수 좌완 손주영의 5구 145km 패스트볼을 통타해 비거리 110m의 좌월 2점 아치를 그렸다. 이후에는 안타를 치지 못했으나, 7회초 자동 고의4구를 얻어내는 등 큰 존재감을 과시했다.
경기 후 이숭용 감독은 “(최)정이의 복귀와 첫 홈런이 팀에 결정적인 흐름을 가져다 줬다. 팬들의 기대에 부응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최정은 “오랜만에 공을 봤는데, 낯선 느낌은 아니었다.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올 때 헛스윙 하면서 몸이 안 따라준다 느꼈다. 배트를 짧게 잡고 맞춰 보자는 느낌으로 변칙적인 스윙을 했다. 스텝 안 하고 맟추려고만 했는데, (공이) 높게 들어왔다. 탄도가 좋아 홈런이 된 것 같다. 운이 좋았다. 낮게 들어왔으면 안타 정도 나왔을 것”이라고 배시시 웃었다.
이어 “오늘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첫 타석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는 점이다. 긴장 많이 했었는데, (홈런 덕분에) 풀린 상태에서 경기에 임했다. 결과 안 좋았으면 걱정한 대로 (안 좋은) 생각에 빠졌을 것이다. 정말 후련했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평소 감정 표현이 없기로 유명한 최정이지만, 이날은 달랐다. 홈런을 쏘아올린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는 “긴장이 됐고, 걱정도 됐다. 안타만 쳤어도 매우 좋았을 것이다. 홈런이 되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했다”며 “진짜 큰 일을 한 느낌이다. 복귀를 기다려왔던 분들에게 기대에 부응하는 플레이를 첫 타석부터 했다는 것이 너무 기분좋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활약을 기대하시는 분들이 예전보다 많아졌다. 저도 계속 못 보여드렸다. 복귀했을 때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계속 헤매고 있으면 안 됐다. 그것 때문에 많은 신경을 썼다. 걱정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2005년 1차 지명으로 SK 와이번스(현 SSG)의 부름을 받은 뒤 지난해까지 통산 2293경기에서 타율 0.288(7892타수 2269안타) 495홈런 1561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22를 써낸 최정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이날 아치를 그리며 KBO리그 역대 최초 500홈런까지 4개만을 남겨놨다.
최정은 “아직 홈런을 더 쳐야 한다. 1군 환경에 아직 적응이 안 돼 정신이 없다. 아직 실감이 안 난다”며 “그저 오늘 안타, 타점이 나왔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두 눈을 반짝였다.
[잠실(서울)=이한주 MK스포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