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99] “엉덩이를 처음 맞았을 때, 나는 묘한 쾌감을 느꼈다.”
그는 미처 알지 못했다. 성적 취향은 불현듯 찾아오는 것임을. 분명 수치심과 고통을 느껴야 하는 대목인데, 외려 짜릿하고 야릇한 감정이 들었다. 매를 든 서른살의 가정 교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열 살도 안 되는 제자가 맞을수록 희열로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였다. 한 번 더 때려달라고, 매를 놓지 말라고 사정하는 그를 보면서 여선생님은 매질을 멈췄다. 어린 학생의 표정에는 실망감이 가득했다.
어린 소년은 그때의 피학적 경험을 평생 동경하며 살았다. 거만한 여주인의 발에 짓눌려 복종하고, 쳐달라고 애원하면서 쾌락의 끝을 보고 싶었다. ‘이색적 취향’을 고백할 자신은 없었기에 나이 많고 원숙한 여인들과 연애하면서 대리만족을 느낄 뿐이었다. 소년의 삶은 성적 일탈로 가득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