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합동수사본부가 11일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전방위 강제 수사에 나섰다. 6·3 지방선거에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노태악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 10여 명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선관위가 투표용지 인쇄·배부 물량을 유권자의 절반 수준으로 정한 경위와 용지 부족 보고 이후 추가 공급이 지연된 원인 등을 집중 규명할 전망이다.
◇‘인쇄계획서’ 확보…피의자 10명 적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이날 중앙선관위, 서울시선관위, 송파·서초·강남·광진·동작구 선관위 등 일곱 곳을 공직선거법 위반, 직무유기 등 혐의로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에는 광역수사대 수사관과 국가수사본부, 서울경찰청 디지털포렌식 요원 등 100여 명이 투입됐다. 합수본 검사 3명과 수사관 등 10여 명도 참여했다.
이번 수사는 선관위가 고의로 투표용지를 적게 인쇄해 유권자의 투표권을 방해했는지 등과 관련한 의혹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은 서울시선관위 사무실에서 투표용지 인쇄 계획서와 회의록, 예산서, 지방선거 관련 CD 등을 확보했다. 또 각 지역 선관위 사무처장 등 간부와 실무 직원의 PC에 있는 파일 중 이번 선거와 관련이 있는 자료를 대상으로 포렌식 분석도 하고 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노 전 위원장과 허철훈 전 사무총장, 각 지역 선관위원장 등 10여 명이 피의자로 적시됐다. 노 전 위원장과 허 전 사무총장은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겠다며 지난 5일 사퇴했다.
◇왜 50%만 배부했나…고의성 입증 관건
합수본은 선관위가 투표용지를 유권자의 절반 수준만 배부한 경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인쇄·배부 기준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지역 선관위가 투표용지 부족 사실을 보고했음에도 추가 공급이 지연된 이유는 무엇인지, 관련 내부 지시가 있었는지 등도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인쇄계획서와 회의록, 예산서 등을 통해 규명돼야 할 핵심 쟁점이다.
서울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상자가 폐기된 경위도 규명 대상 중 하나로 꼽힌다. 법원은 이 상자를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핵심 증거로 보고 보전을 명령했지만, 송파구선관위는 증거 보전이 결정되기 전에 폐기한 상태였다.
개표 과정의 입력 오류로 유권자의 투표 결과가 누락된 사례도 있었다. 전북교육감 선거에서는 개표 결과를 입력하는 과정의 오기입으로 한 투표소에서는 1104표가 누락되고, 다른 투표소에서는 994표가 중복 반영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노 전 위원장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투표용지 비용이 어디에 쓰였는지와 관련해 업무상횡령·배임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선관위 “뼈아픈 실수였다”
위철환 중앙선관위원장 직무대행은 선거 당시 송파구 일부 투표소에서 발생한 투표용지 부족 사태와 관련해 “송파구 전체로 보면 투표용지가 4만2000여 장 남았다”고 말했다. 위 직무대행은 이날 입장문에서 “송파구 146개 투표소별 투표용지 분배에 실패한 것이 뼈아픈 실수였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본투표 용지 인쇄 비율 50%에 대해 “사전투표율 23.3%를 제외한 개념으로, 전체 투표 인쇄 비율은 (사전투표를 합치면) 73.3%”라며 “송파구의 전체 투표율은 65.8%”라고 설명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밤 관계장관회의를 소집해 “보존해야 할 투표함이 이미 파괴됐다는 건 선관위가 아직도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이럴 거라면 선관위는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지 않나, 선관위가 이런 식이라면 해체돼야 한다는 국민 목소리가 틀림없이 있다”고 지적했다. 송파구 올림픽공원 개표소를 봉쇄하고 있는 시위대를 향해서는 “참정권 침해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만 민주질서 침해 또한 용납돼선 안 된다”며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반민주적 행태에 대해서는 끝까지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우연수/김유진/김다빈 기자 coinciden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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