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대산·울산 등 국내 3대 석유화학 산단의 핵심 기업 16곳이 정부가 제시한 ‘연말 데드라인’에 맞춰 사업재편안을 모두 제출했다. 수년간 공전하던 석화산업의 구조조정이 이행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업계에선 “중국발 공급과잉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벼랑 끝에 섰던 석유화학 산업이 생존을 위한 수술의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 370만t NCC 감축 목표 ‘청신호’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여수·대산·울산에 입주한 업계 최고경영자(CEO) 12명과 간담회를 갖고, 정부에 제출한 자율 사업재편안에 대한 최종 점검과 신속한 이행을 당부했다. 그는 “16개 모든 석유화학 기업이 사업재편안을 제출해 구조 개편 논의의 첫 단추를 잘 끼웠다”며 말했다.
정부는 이날 구체적 감축안을 공개하진 않았다. 지금까지 업계에서 알려진 계획을 종합하면 정부의 최대 목표치 370만t의 93%에 해당하는 343만t의 감축안이 마련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도 업계의 자구 대책이 실현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김 장관은 “제출된 안을 충실히 이행한다면 업계 자율 설비감축 목표인 270~370만t 달성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산업 구조 개편은 단거리가 아니라 마라톤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각오로 변화를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 통폐합 어떻게 진행되나
국내 최대 석유화학 단지인 전남 여수에선 두 개의 합작 회사가 탄생할 전망이다. 여천NCC와 롯데케미칼은 여수 에틸렌 생산용 나프타분해설비(NCC)를 통합하고 합작사를 운영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쇄가 결정된 여천NCC 3공장(연산 47만t)에 더해 여천NCC 1, 2공장이나 롯데 공장(123만t)의 추가 감축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LG화학과 GS칼텍스도 합작 형식으로 구조조정에 동참할 전망이다. LG화학은 연산 200만t(120만t, 80만t) 규모 NCC 2기를, GS칼텍스는 연산 90만t 규모 NCC 1기를 가동하고 있다. 가장 설비가 크고 노후한 LG화학 제1공장(120만t)을 닫는 방안이 유력하게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감산 논의가 빨랐던 대산 산단은 연산 110만t인 롯데케미칼 공장이 문을 닫기로 했다. 울산에서는 SK지오센트릭의 연 66만t 규모 NCC가 문을 닫을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여천NCC와 롯데케미칼 협상 결과에 따라 구조조정 규모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 구조조정 속도, 신규 자금에 달려
정부는 이달 초 국회를 통과한 화학산업특별법을 통해 구조조정을 지원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대 120일가량 소요되던 기업결합 심사 기간을 90일 이내로 단축하고, 담합 우려를 차단하기 위해 ‘정보 교환 제한’ 규정에 대해서도 예외를 인정해 주기로 했다. 정부는 프로젝트별로 금융·세제·R&D·규제 완화 등을 포함한 지원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가 석유화학 사업재편의 ‘첫 단추’는 끼웠지만, 실제 이행 과정에서 넘어야 할 관문이 많다는 관측도 많다. NCC 설비 폐쇄와 매각, 합병 과정에 큰 비용이 발생하는데, 소위 ‘뉴머니’로 불리는 신규자금이 기업에 얼마나 신속하게 공급될지 몰라서다. 정부에 안을 내는 과정에서 기업들 간의 ‘잠정 합의’가 이행 과정에서 얼마나 지켜질지도 관건이다.
재계 관계자는 “자금 수혈이 늦어질 경우 기업들의 현금 흐름이 나빠지고, 더 큰 재무 위기로 전이될 가능성도 있다”며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가 멈추지 않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동안 국내 기업들이 버틸 수 있을지도 관건”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당장 전기료 인하부터 실행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훈/김우섭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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