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10개·500조 투자는 이곳…유권자 눈 번쩍 뜨게 한 이 정책 [출마선언문 톺아보기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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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주자만 있고 ‘맞수’가 없는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대권 도전 주자들의 출마선언문을 그 어느 때보다 뜯어봐야 하는 이유다.
이들의 출마선언문은 대한민국 청사진이다. 이들의 결단이자 예고된 밑그림이다.
각당의 컷오프 방식이 윤곽을 드러낸 지금 대권 주자들의 출마선언문을 톺아본다. [편집자주]

과연 대인공지능(AI)의 시대다. 미국 오픈AI의 AI챗봇 ‘챗GPT’, 중국 AI 스타트업 ‘딥시크’ 등의 활약에 글로벌 AI 패권 전쟁이 격화되면서 대선 주자 대부분이 AI에 열을 올렸다.

수백조 투자·AI G3 강국 한목소리

AI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건 유정복 인천시장과 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뿐이었다.

가장 통 큰 투자를 내세운 것은 이철우 경북지사다. 이 지사는 “박정희 대통령의 혁신을 현대적으로 적용해 나라 체질을 확 바꾸겠다”며 AI 전환 국가인 ‘디지털 코리아’로 나아가기 위해 AI반도체·생성형AI·로봇·배터리·메타버스·양자컴퓨팅 등 6대 전략기술에 공공과 민간 펀드 5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철우 경북지사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AI혁명에서의 주인공을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에 이어 AX(AI 전환)에 따른 AI 3대 강국인 ‘AI G3’로의 발돋움을 약속했다. 로봇·반도체·에너지·바이오를 포함해 초격차 5대 사업 분야인 빅(Big) 5를 집중 육성해 국민소득 4만달러, 중산층 70%를 만들겠다는 각오다. 국가적 연구 개발과 산업 시스템을 책임질 미래전략부(가칭)도 신설한다.

한 전 대표보다 하루 일찍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도 출마선언문에서 “AI 인프라 확충과 투자 확대로 세계 6위권의 글로벌 AI 순위를 미국, 중국과 함께 G3 국가로 올려 세우겠다”고 선언했다. 첨단 산업을 지방에 유치해 광역 경제권 중심지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의사·IT 기업인 출신인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이상 과거를 바라보는 검사, 법률가 출신들에게 맡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3대 AI 강국’을 강조하면서 “AI 강국을 만들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고 단언했다.

이 지사보다 하루 먼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안 의원은 그와 마찬가지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예로 든 ‘신(新)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일환으로 국가적 투자를 약속했다. 정부와 기업이 협력해 수백조원 투자를 단행하고, 교육과 기업 혁신으로 AI인재 100만명을 양성해 AI·양자컴퓨팅·사이버보안·의료 세계강국을 직접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서울 광화문광장 이순신 장군 동상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세계적 석학인 유발 하라리 교수와 AI를 주제로 대담을 가졌던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AI란 단어를 직접 쓰진 않았지만, 첨단 과학기술에 대한 투자가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판단했다.

이 전 대표는 “과학기술 수준이 너무 높아져 개별 기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 단위의 인력 양성, 대대적인 기술, 연구개발 투자, 스타트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 그렇게 하면 다시 또 살아날 수 있다”고 전했다.

가장 먼저 대선 출마를 알린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하버드 대학 시절 동문수학하던 친구들이 AI 기술 발전에 대해 깊이 있는 토론을 펼치는 것을 지켜봤다”며 “그들은 AI가 인간의 역할을 대체할 것인지, 변화에 어떻게 적응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인간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치열한 논의를 벌였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논의에서 한국이 뒤처졌음을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월대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가 지난 8일 서울 광화문 월대 앞에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AI 전환으로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는 “기후위기·자연재해, 불평등·양극화, 저출생·지역소멸 등 복합적 위기가 공동체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며 “변화와 개혁을 지연시킨 대가로, 이대로면 AI·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성장의 기회가 아니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봤다.

그는 이와 관련해 탄소 자본주의·불로소득 자본주의를 멈추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5개 서울…남다른 정책은

이색 정책도 눈에 띄었다.

김두관 전 의원은 “전국에 서울대 10개를 만드는 교육 혁신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사례를 참고해 전면적인 교육개혁에 관한 사회적 대타협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김동연 경기도지사 역시 ‘5대 빅딜’ 일환으로 ‘지역균형 빅딜’을 내세워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10개 대기업 도시 건설과 10개 서울대 만들기로 지역 자생력을 키우겠다고 밝혔다. 간병국가책임제로 ‘간병살인’이란 참담한 현실도 끝내겠다고 각오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국민소득 10만달러의 G5 초강대국으로 국가 목표를 수정하고, 빌보드 차트 석권, 칸·베니스·아카데미상을 휩쓰는 2030, MZ세대, 4050세대에게 인사·예산·정책의 3분의 2 이상을 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정현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표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강 전 의원은 “세계 10대 경제강국, 6대 군사강국의 위상에 맞게 군 작전 지휘권을 반환 받고 평등한 한미 관계를 열어 나가자”며 “브릭스(BRIC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 앞 글자를 딴 국제협력기구)에 가입해 한국 경제발전의 새로운 출로를 열겠다”고 했다.

김 상임대표는 “로켓배송 연료로 노동자 목숨을 태워버리는 나라에서 어떤 노동자가, 어떤 청년이, 어떤 국민이 자기 권리는 지킬 수 있다 생각하겠느냐”며 임기 내 500만 노동조합 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것은 기업에게, 노동자의 것은 노동자에게 공정하게 돌아가는 사회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한 전 대표는 5개 서울을 만드는 ‘5대 메가폴리스’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역발상으로 수도권 집중 문제를 오히려 집중으로 풀겠다”며 “경제·산업·문화 중심인 거점 도시를 토대로 5대 메가폴리스(서울)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까지 공개된 총 12개의 대선출마 선언문을 바탕으로 이뤄졌습니다. 대상자는 (가나다 순)강성희 전 진보당 의원, 김동연 경기도지사, 김두관 전 의원,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 유정복 인천시장,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이철우 경북지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12명입니다. 다수의 여론조사에서 대권 후보로 거론돼온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은 조사일 기준 공식 대선출마 전이라 선언문이 공개되지 않아 조사에서 배제됐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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