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거래허가 신청 한 건을 처리하려면 2~3시간 걸리는데, 문의 전화가 종일 쏟아지는 통에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습니다.”
3일 서울 한 자치구 부동산정보과 관계자는 기자에게 “두 명이 담당하기엔 업무 부담이 과중하다”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10·15 부동산 대책’으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 지난달 20일 이후 이 구청에만 하루평균 5~6건, 많을 때는 8건의 토지거래허가 신청이 접수됐다. 관련 서류 검토와 민원인 설명 등에 건당 2~3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하면 담당자들이 종일 해당 업무에 매달려도 모자라는 셈이다. 구청 관계자는 “업무 부담이 커 담당자를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역부족”이라고 했다.
◇ 폭증한 토지거래허가, 1~2명이 처리
서울시와 자치구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의 토지거래허가 담당 인력은 평균 2명(지난달 27일 기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0·15 대책 이전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구는 평균 3.3명이지만 나머지 21개 구는 평균 1.9명 수준이다. 강북구 강서구 구로구 관악구 동대문구 등 10개 구는 담당자가 1명뿐이다. 한 구청 관계자는 “기존 팀 업무 일부를 다른 팀으로 넘기며 허가 담당 인력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렸다”며 “그만큼 다른 부서도 인당 업무가 늘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토지거래허가 절차도 복잡한 편이다. 신청 때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해야 하고, 서류 검토 및 안내 과정에 건당 2~3시간이 걸린다. 이후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으로 소유권 이전 여부를 확인한 뒤 전입신고 이행, 기존 주택 처분, 의무 위반사항 및 민간임대주택 등록 등 여부도 점검해야 한다. 또 주민등록등본, 외국인등록사실증명서, 국내거소사실증명서, 사업자등록증 등 실거주·자기경영 목적을 증명하는 서류까지 모두 확인해야 한다. 이들이 토지거래허가 업무만 담당하는 것도 아니다. 대부분 부동산거래신고, 공시지가, 중개업 관리, 부동산거래실명제 등 다른 업무도 함께 맡고 있다.
신청 접수 전 단계 문의도 폭증하고 있다. 송파구는 지난달 20~27일 1440건의 민원을 접수했다. 하루평균 240건 수준이다. 같은 기간 허가 신청은 하루평균 17.7건이 들어왔다. 토지거래허가 담당 인력이 25개 구 중 가장 많은 5명임에도 인력난을 호소하는 이유다. 강서구는 하루평균 58건의 민원과 6건의 허가 신청을 1명이 처리하고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보다 민원 전화가 2~3배 늘었다”며 “서류 및 절차 관련 문의가 많아 전화 상담 1건당 평균 40분 이상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외곽 지역 구청 관계자들은 항의성 민원에도 시달리고 있다. 강북지역 한 구청 관계자는 “예상치 못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했다.
◇ 실태조사 지연 우려도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은 허가 접수에 집중하고 있지만 거래가 완료되면 현장 조사 등 사후 절차가 이어져야 한다. 구청 담당자들은 아파트 단지 현장 방문, 관리사무소 협조 요청, 차량번호 대조 등 현장을 찾아 조사해야 한다. 한 관계자는 “불이행 땐 이행강제금 부과나 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을 해야 한다”며 “이에 따른 업무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자치구별로 최소 9명 이상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명확한 업무 지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구청 관계자는 “사례마다 민원 내용이 달라 대응이 쉽지 않고 구체적인 업무 매뉴얼이 없어 혼선이 크다”며 “같은 사례를 두고도 구청별로 처리 방식이 달라 정부 차원의 지침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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