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델피아 필리스 간판스타 브라이스 하퍼가 롭 만프레드 커미셔너와 설전을 벌인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ESPN’ ‘뉴욕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29일(한국시간) 이같은 소식을 전했다.
사건은 지난주 벌어졌다. 만프레드는 2026년 12월 1일 노사 협약 만기를 앞두고 새로운 단체 공동 교섭을 앞둔 상황에서 선수들에게 사측의 입장을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30개 구단을 돌고 있는데 지난주에는 필라델피아를 찾은 것.
ESPN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 만프레드는 ‘샐러리 캡’이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리그의 경제적인 측면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배트를 손에 든 채로 의자에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하퍼는 계속되는 ‘돈 얘기’에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ESPN에 따르면, 하퍼는 리그가 샐러리캡을 고수하겠다면 선수들은 “162경기 시즌 전체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커미셔너에게 욕설을 써가며 “그 문제에 관해 말하고 싶다면 클럽하우스에서 꺼져라”라는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커미셔너도 지지 않았다. 그역시 하퍼가 사용한 욕설을 그대로 받아치면서 “이곳에서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사업적인 측면에서 리그를 위협하는 요인, 그리고 리그의 성장 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것이 현지 언론의 설명.
분위기가 더 험악해질 수도 있었지만, 베테랑 외야수 닉 카스테야노스가 이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커미셔너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화제를 전환해 가까스로 불을 껐다.
하퍼와 만프레드는 어색한 사이가 됐다. ESPN은 두 사람이 결국 악수를 나눴지만, 하루 뒤 만프레드의 전화를 하퍼가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카스테야노스는 “꽤 강렬하고, 열정적인 분위기였다. 두 사람 모두 서로의 말을 받아치며 싸웠다. 그게 하퍼다. 그는 이 일을 열다섯살 때부터 했다. 그저 평범한 하루였다. 놀라지 않았다”며 당시 분위기를 설명했다.
이번 일은 최근 험악해진 메이저리그 노사 분위기를 그대로 반영한 사건이라 할 수 있다. 1994-95시즌 선수노조 파업 이후 한동안 노사 분규없이 평화를 유지해왔던 메이저리그는 지난 2022년 단체 공동 교섭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직장폐쇄를 경험했다. 뒤늦은 합의로 2022년 162경기 시즌을 치를 수 있었지만, 이후 노사 관계는 극도로 나빠졌다.
가장 큰 화두는 샐러리캡이다. 메이저리그는 미국 4대 프로스포츠 중 유일하게 샐러리캡을 운영하지 않고 있다. 대신 현재 구단에 일정 금액 이상의 연봉 총액을 기록한 팀에게 부유세라는 이름의 돈을 걷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구단주들은 샐러리캡 도입을 원하고 있지만, 선수들은 반발하고 있다.
토니 클락 선수노조 사무총장은 지난주 올스타 게임 기간 미국야구기자협회(BBWAA) 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샐러리캡은 제도화된 결탁”이라며 샐러리캡 도입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강조했다.
만프레드 커미셔너는 이와 관련해 “선수들에게 ‘샐러리캡은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선수들에게 미디어 비지니스와 관련된 문제점을 설명하고 구단주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시장의 많은 팬들의 균형 경쟁에 문제가 있음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말을 남겼다.
[샌프란시스코(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