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창기 인터넷은 지금 같은 느낌이 아니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인공지능(AI)도 없이 검색 엔진이 전부이던 시절, 인터넷은 타인과 실시간으로 닿아 있다는 느낌보다는 광활한 사이버 공간에 홀로 남은 듯한 외로운 자유를 선사하는 곳이었다. 1994년생 시인이 인터넷을 유년기의 향수로 기억하는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시적 화자가 유리, 카메라 렌즈, 창문 같은 투명한 막 너머에서 낯선 대상을 마주한다. 여한솔 지음·민음사·1만3000원
● 소시지와 광기
채식이 주류가 되고 육식이 금기시된 근미래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그린 독일 작가 야콥 하인의 장편소설. 정육점은 거의 사라졌고, 몇 안 남은 곳마저 유해시설로 분류돼 미성년자는 출입하지 못한다. 육식하는 사람을 미개인 취급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 힘겹게 고기를 끊은 주인공. 어느 날 육식 지하조직으로부터 “육식주의를 되돌리자”는 제안을 받으면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야콥 하인 지음·박경희 옮김·문학동네·1만5000원● 알고리즘으로 철학하기
‘알고리즘’이라는 개념을 단순한 컴퓨터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보고 생각하는지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사고방식으로 소개한다. 고대 수학부터 오늘날 인공지능까지 알고리즘이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따라가며 우리가 자유, 진리, 존재 같은 철학적 주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되짚는다. 어려운 철학 이론을 설명하기보단 일상에서 떠올릴 수 있는 질문을 통해 스스로 생각해보도록 이끌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변정수 지음·이상북스·2만6000원
● 원태연의 작사법
김현철 ‘왜 그래’, 샵 ‘내 입술…따뜻한 커피처럼’, 백지영 ‘그 여자’ 등 수많은 히트곡 속 가사를 쓴 저자가 노래, 인생에 대해 풀어낸 에세이. 시인으로도 활동한 저자가 인생의 어느 시점 감자탕집에서 혹은 욕실에서 갑자기 영감을 받아 쓴 명곡 가사의 탄생 비화를 들려준다. 히트곡 작사가라는 화려한 수식어와 달리 저자는 언제나 고독하고 은밀하게 작업하며 여느 창작자차럼 늘 치열하게 고뇌했다고 털어놓는다. 원태연 지음·다산북스·2만4000원
● RNA의 역사
RNA(리보핵산)는 DNA에 있는 유전 정보를 복사해 단백질을 만드는유전물질이다. 1989년 RNA의 촉매 작용을 발견해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저자가 RNA가 생명 조율 및 변화 촉매제로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자신의 연구 일화 등을 곁들여 분석했다. 1부에선 RNA의 생명 촉매 기능을 발견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2부에선 RNA가 유전자를 복사, 전달하는 방식을 소개한다. 난치병 치료 등 혁신적인 생명공학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 토머스 R. 체크 지음·김아림 옮김·세종서적·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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